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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독후감)

원 시 인 2011. 7. 8. 20:53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작성일: 2002/05/16 00:08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나는 엄마가 10살 때 돌아가심으로 엄마 없는 하늘 아래 가정 생활은 말할 수 없이 가난하게 자랐기에 가정 생활 속에서 행복이란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행복이 존재한다면 농사를 지어 제법 끼니 때마다 흰 쌀밥을 먹는 옆집 친구들에게나 행복이 존재하는 줄 알았다. 현실은 언제나 진흙탕 속을 걷는 것처럼 힘들었고, 그래서 내가 만들어 가는 세상 내가 꿈꾸는 미래의 꿈속에서나 행복이 존재하는 줄 알았다. 그러기에 그 힘들었던 날들의 아픔을 견뎌가며 꿈을 이루어 이곳 서울 한 모퉁이에서 시골의 풋풋한 정서를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사랑의 물을 주는 정원사로 살아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 힘든 나날들 속에서 하루하루 노력하여 쌓아온 정성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방황하지 않고 선인들의 지혜를 깨우치며 살아온 것이 다행이기에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렇듯 행복은 가끔 과거를 돌아볼 때 다가오거나 미래에만 있는 줄 알았지, 나날이 연속되는 현재 일상생활 속에서의 행복을 만끽하며 살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가끔 아주 가끔 내게 돈 만원을 줍는 행운이 찾아오거나 갑자기 응모한 글이 당선이 되어 찾아오는 행복을 기대하며 늘 글쓰기에 도전을 했다. 그러나 그런 행복들은 나의 노력만큼보다 내게 자주 찾아오지는 않았다. 그렇듯 행복은 어쩌다 찾아오거나 내가 노력하여 좇아가는 것만큼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이 30을 넘기고서야 행복이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삶에 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의 종류는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행복의 대부분이 나에게는 독서를 통해 전이(轉移)되어 오는 경우가 많았다. 책을 읽고 있다보면 마음 저 편에서 우러나는 은은한 기쁨…. 그것이 책을 통해 느끼는 행복이었다. 그리고 제법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남을 돌아볼 줄 아는 지혜가 생겨 내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거절은 없었다.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려 애썼다. 그게 나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였다.

   지난 번에 유행을 탔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라든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등의 책들을 좋아하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좋은 생각'이나 '샘터'라는 책들을 자주 본다. 때론 그런 책들을 읽으며 감동에 젖어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로 인해 아직도 나의 감성은 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 『TV동화 행복한 세상』이 책으로 나왔다는 말을 듣고 읽어보니 이 책 역시 우리들의 감동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엮어져 있었다. 가끔씩 TV에서 보면서 '참 아름다운 이야기들이구나!'하고 감탄을 했다. TV의 영상 기법과 배경음악에 맞게 차분히 낭송되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와서 다시 읽으니 TV에서 주는 감동과는 달리 색다른 상상 속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상상의 나래는 먼먼 이웃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데 충분했다.

 '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글 속에는 가난한 아버지가 3남매를 키우는데 너무 가난해서 냄비를 돌려 학교에 다닐 한 사람을 선발하고 그 중 둘째 아들이 학교에 가게 되는 장면은 마치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와 장면이 흡사했다. 당시 형제들이 많았던 우리 가족은 결국 여동생은 중학교에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게 무리가 되어 동생을 중학교에 들어가는 대신 나는 고등학교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몇 날 며칠을 남모르게 울다 나중에 결국 간신히 들어갔지만 그 때 상황을 잊을 수 없었다. 형이 내 등록금을 대신 내주고 형은 못 내서 결국 담임 선생님과 급우들이 500원씩 걷어 형의 수업료를 내었다.

  단 오분만이라도'에서는 군에 간 아들의 전사 편지를 받고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며 단 5분만이라도 아들을 보기를 소망했다. 이 때 아들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싶냐는 질문에 아들의 상받는 모습이나 착한 일을 했을 때가 아니라 아들이 아주 큰 일을 저지르고 어쩔 줄 몰라하며 울 때 그 아들과 5분만 만나는 것이라 대답하신다. 아들이 어렵고 힘들 때 품에 안고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5분을 만나고 싶은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는 가슴을 찡 하게 울린다. 나도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진정 아이들에게 어떤 때 필요한 것인가를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진 한 장'에서는 전투 상황에서 자신의 전투복 상의가 바람에 날려 바다에 빠지자 상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그 옷을 건지려 바다에 뛰어들게 되고 결국 명령 불복종 죄로 군사 재판을 받게 된다. 이에 병사는 군복 상의에 있는 목숨보다 소중한 어머니의 사진을 꺼내 보여준다. 그러자 법관은 어머니의 사진 한 장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병사는 나라를 위해서도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병사라며 예상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내 가슴 수첩에 있는 어머니의 낡은 사진 한 장을 다시 한번 꺼내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기억되는 일들을 적으려면 끝이 없다. 하나같이 감동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감동들은 동급 체험을 무수히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내게 더욱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 인생을 살며 감동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소설이나 영화가 감동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함으로서 삶의 억눌린 스트레스를 풀고 새 힘을 얻는 것이라면『TV동화 행복한 세상』은 짧은 이야기를 엮어 마치 놀이기구 '바이킹'을 타듯 짧은 시간에 많은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하는 힘을 가졌다.

   인생의 억압과 분노를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나 생활 속에 짜증과 불만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처방이 될 수 있으리라. 그리하여 감동을 받고 스트레스를 풀어 새 힘을 얻어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원동력이 되리라.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TV동화 행복한 세상』이라고 지었는지도 모른다.

   이쯤에서 나는 내가 붙인 제목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의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마무리해야 할까 한다. 행복은 늘 과거의 빛바랜 추억 속에서만 보여졌거나 미래의 희망 속에서만 있는 줄 알았으나, 이 책을 읽으며 돌이켜 본 행복의 위치는 아래에서 지적한 세 좌표가 이루는 시간의 공간 속에 무한대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첫째 좌표는 언제나 삶의 가까운 현실 속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우리가 찾을 줄 몰라 무심코 지나친다는 것이다.

 

   둘째 좌표는 행복은 주관적이기에 개인적 경험 내에 있으며, 건강, 부, 명예, 육체적 안락 등과 같은 외적 조건은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이지만 그 자체가 행복의 본질적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좌표는 삶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측면을 반영하며 개인적 삶의 모든 측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포함하는 영역이다.

   그런 행복의 위치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이 책『TV동화 행복한 세상』의 본질이라면, 아빠로서 교사로서의 나의 존재 의미도 이 책과 같은 목적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TV 동화 행복한 세상 독후감 공모 : http://www.kbs.co.kr/haengbok/notice.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