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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교육 유감(글 신호현)

원 시 인 2012. 7. 16. 06:17

한문교육 유감(글-신호현).hwp

 

한문교육 유감

 

 

    지난 7월 13일 강원도교육청에서는 중학교 한문교과서 인정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해 2학기부터 준비하고 집필한 필자의 한문 교과서는 합격 명단에 없었다.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 밀려와 답답하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낮 동안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시간을 아껴가며 쓴 교과서인데 떨어졌다.

    요즘 2007교육과정 개편에 이어 2009개정교육과정, 2010학교교육과정, 그리고 공식적인 발표 없이 해마다 교육과정이 바뀌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육과정은 학년마다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과정의 잦은 개편으로 중학교 한문은 학년별로 주당 1시간씩 가르치다가 2009개정교육과정 개편에서 집중이수제를 도입하면서 학교에서는 영어, 수학 입시과목을 중시하게 되고 교과부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주당 3시간씩 의무적으로 배치하라.’하여 결국 한문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었다.

    학교마다 한문을 아예 안 가르치거나 한두 개 학년에서 가르치게 되었다. 예전처럼 3개 학년 모두 가르치는 경우는 없고 한 개 학년에서 3시간을 몰아서 가르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니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성과 연속성이 떨어져 한문교육의 효과는 현저히 감소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문교사의 시수가 부족하니 창의적체험활동을 맡아 가르치거나 타교과를 가르치는 일이 생기자, 한문교사가 타교과를 부전공으로 연수하게 하여 교원 수급 및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한문은 옛 우리글이므로 우리의 역사, 문학, 법률, 지리 등 모두가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기에 한문을 공부하지 않고는 과거 선조들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 발전시킬 수가 없다. 또한 현재도 우리 국어의 70% 정도가 한자어로 되어 있어 한문을 익히지 않고 우리말의 정확한 뜻과 깊이를 알 수가 없다. 한문은 아직도 신문이나 책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이웃 나라가 모두 한자문화권에 속하기에 동북아 국제 교류에 한문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은 미래가 중요한 만큼 과거도 중요한 것이다. 한문교육은 과거를 가르치는 듯하지만 정작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가르치는 일이다. 그러기에 한문교육 주당 한 시간은 영어나, 수학에서 한 시간 늘려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치닷는 현실에선 한문보다 영어 수학을 중시하고 있다. 영어 주당 3시간을 4시간으로 가르치는 것과 한문교육을 포기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일인데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사람들은 책임도 없이 우매를 범하고 있다.

    그러더니 이제 2012.7.9 교육과정 개편에서는 교육과정 8개교과에 음악,미술,체육과 진로와 직업을 제외하는 것으로 사실상 12과목으로 원상 복귀되었으며, 주당 창의적 체험활동 3시간과 스포츠 클럽으로 체육시수를 주당 4시간으로 순증하라는 지시로 학교 현장은 2007교육과정 개편 이전보다 더욱 과목수가 늘어나고 7교시를 지나 8교시를 개설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거기에도 한문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학년 구분 없이 통합본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는 언제까지 유효할지 집중이수제 폐지에 따라 또다시 학년제 교과서를 다시 만들어야 할지 한문교육의 미래는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백년지대계 교육은 곳곳에서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국어전공자들이 상치과목으로 한문을 가르치게 하더니 이제는 한문 전공자들을 국어 부전공으로 이수하게 하고 있다.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교과서 정책 또한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교과부는 스마트러닝(smart learning)이나 스팀(STEAM) 교육을 도입하면서 다양한 교육 컨덴츠들을 선생님들이 자유롭게 엮어 교과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는 차원에서 2013년 교과서부터는 검정교과서를 대부분 인정교과서로 바꾸었다. 검정교과서는 교과부와 출판사 차원에서 심사를 엄격히 하여 정선된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취지라면 인정교과서는 각 시도교육청과 현장 선생님(집필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출판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 현장 선생님들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취지이다. 그후 2015년부터는 태블릿을 이용한 전자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한문교과서는 16종 교과서 중 11종이 합격하고 5종이 탈락했다. 탈락한 사유를 보니 '중학교 한문 교육용 기초한자 900자 제시가 부족했음'과 '표현 및 표기의 오류가 특히 많았음'이었다. 이는 좀더 기간을 갖고 수정지시하면 충분히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정교과서 심사 중점 사항인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기본 이념을 부정하거나 비방하지 않았고, 특정 국가나 인종을 부당하게 비방 우대하지 않았으며, 성별이나 종교적 차별을 조장'하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한문 인정을 심사하면서 검정교과서에 준해서 심사했다는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 기회를 최대한 주고 진정한 심사는 학교 현장의 선생님에게 맡겨야 한다. 

    한 학년에 집중이수로 3차시까지 가르칠 수 있도록 통합본의 교과서를 집필하기 위해  집필자들은 적어도 6개월 이상 밤잠을 설쳤으며, 출판사는 교과서 1권을 심사본으로 제출하기까지는 적어도 3,000만원에서 1억까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기껏해야 5,000원 내외 하는 교과서를 팔아보자는 출판사도 있겠지만 대개의 출판사는 나름 좋은 교과서를 만들어 이 시대 교육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교육적 소신을 가지고 교과서 사업에 같이 하는 동반자적 존재이다. 수정 지시가 가능하다면 충분히 재고해야 할 이유가 있다.

    비록 국어교육을 전공했지만 20여년 학교 현장에서 상치과목으로 한문을 가르쳐 왔다. 사춘기를 겪는 10대의 중학생들에게 그 어려운 한문을 재미있고 즐겁게 가르치기 위해 스토리텔링 기법과 개그 기법을 동원하여 교과서를 집필하였다. 한문에서 스토리텔링이나 개그는 전통적 교수법을 고수하는 한문 선생님들에게는 무리수일지 모르지만 한문교육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인정교과서로 집필하였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심사라 하면 떨어뜨리기 위한 심사로 생각한다. 조금 부족하면 수정해서 함께 가도록 부추겨 주어야 한다. 심사자가 손에 쥐어야 할 것은 단발성의 칼이 아니라 '함께 가는 교육', '다양한 교수 학습 방법'이어야 한다. 한 번 날개를 잘린 새는 더 이상 날지 못하듯 인정교과서의 취지에 역행하는 까다로운 심사로 한문교육은 그만큼 위기를 맞이할 것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들을 청() 자 이야기

건우 : 선생님, 들을 청(聽) 자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원시인 :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잘 듣고 생각해 보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 알지?

       옛날 귀가 아주 큰 임금이 살았단다. 임금은 자신의 커다란 귀를 부끄러워했고 그로인해 절대로 모자를 벗지도 않았지. 임금님의 귀를 본 사람은 궁궐의 이발사들뿐이었는데 임금님의 머리를 손질한 이발사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지. 자신의 귀를 소문낼까 병사를 시켜 모두 죽이고 만 거였단다.

      또 머리를 자를 때가 되자 궁궐밖에 사는 이발사 한 사람을 불려왔지. 이발사는 벌벌 떨며 임금님의 모자를 벗겼단다. 임금님의 귀를 본 이발사는 너무 놀랐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임금님의 머리를 손질하였지. 머리손질이 끝나자 이번에도 임금님은 이발사가 소문을 낼까 두려워 죽이려 하였으나, 소문을 내지 않을 테니 제발 목숨만을 살려달라는 이발사의 청에 이번 한번만 이발사를 살려주기로 하였단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이발사는 사람들에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하고 싶어졌고 소문을 냈다간 죽은 목숨이인 걸 알기에 그만 이발사는 ‘답답병’이라는 병에 걸리고 말았지. 이발사는 아무도 몰래 숲으로 가 구덩이를 팠고 그 구덩이 안에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며 마음껏 외쳤단다. 속이 후련해진 이발사는 구덩이를 덮고 집으로 돌아갔지.

     몇 해가 흐른 뒤 그 구덩이에선 대나무가 자랐고 나무꾼이 대나무를 잘라 피리를 만들었단다. 나무꾼이 피리를 불대면 '필릴리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리가 흘러나왔고 그 소리에 사람들은 깔깔거리며 몰려들었지.

     금새 나라 안엔 그 소문이 퍼졌고 임금님 또한 그 소문을 듣고는 살려둔 이발사를 불러들였어. 소문을 낸 죄로 이발사를 죽이려 하자 이발사는 "임금님의 큰 귀는 흉이 아닌 백성들의 자랑거리입니다. ‘임금님(王)의 귀(耳)가 커서 백성들의 소리를 열(十) 네(四) 번 듣고, 그래도 또 한(一) 번 마음(心)으로 들으시기에 나라를 잘 다스리신다.’ 백성들이 모두 존경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단다.

     가만히 이발사의 말을 들은 임금님은 모자를 벗어 갖다 버리도록 하였지. 그러자 정말 커다랗고 길쭉한 귀가 드러났어. 하지만 임금님은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았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며 백성의 소리를 빠짐없이 들어 앞으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자 백성들은 "임금님 만세! 당나귀 귀 만세!!"를 외쳤고 임금님은 이발사에게 큰 상을 내려 오래도록 임금님의 머리를 손질할 수 있게 하였단다.

건우 : 우와! 그렇게 깊은 뜻이 숨겨 있었군요.

 

조선일보 : http://forum.chosun.com/bbs.message.view.screen?bbs_id=106100&message_id=915116¤t_sequence=zzzzz~&start_sequ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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