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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 수필]고속도로를 달리며

원 시 인 2012. 9. 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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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를 달리며

 

 

    수원 친구네 상가가 생겨 퇴근 후 자동차로 밤길을 달렸다. 서울에서 퇴근하는 차들로 고속도로는 가득했다. 그래도 근교를 벗어나서는 시속 100킬로 이상 달릴 수가 있었다. 나도 빠르게 달리는데 나를 제치고 쏜살같이 내 앞으로 들어왔다가는 또 그렇게 치달려 가는 차도 있었다. 차와 차 사이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그 운전수나 나나 도로 위를 달리면 서로 만나 약속하지 않아도 사전에 약속되어진 약속이 있다.

     그 약속이 규칙이 되고 법이 되어 우리를 지켜주고 더 달리고 싶은 욕망을 잠재워 준다. 그가 끼어들면 살짝 브레이크를 밟아줄 여유와 내가 급하게 끼어들어도 그가 브레이크를 밟아 내가 들어갈 틈을 내어줄 것이라는 믿음. 안전거리 100미터라지만 그 절반 아니 절반의 절반으로 좇아가도 그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을 거라는 믿음.

     운전을 하기 전에는 저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면 얼마나 많은 사고가 날까. 저 속도에 뛰어드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기에 운전을 배우기가 두려웠다. 그런데 막상 그 속도에 같은 속도로 달리면 그 빠름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속 100킬로면 초속 30여 미터로 부는 태풍 속에서 사는 것과 같다. 차장을 열어 그 강풍을 맞으면 시원함을 느끼지 위험함을 느끼지 못한다.

     어디 운전만 그런가. 우리의 인생도 그런 빠른 속도 속에 살고 있다. 그 속도 속에 살면서도 위험함을 느끼거나 불안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정치인은 정치를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 판사는 사건을 공정하게 판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잘 가르쳐 줄 것이라는 믿음. 대통령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주고 국민은 그런 대통령을 믿고 잘 따라 줄 것이라는 믿음.

     공자는 대학(大學)에서 ‘군군신신민민(君君臣臣民民)’이라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백성은 백성답다.”면 서로 의심하고 시기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50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못살고 암울했던 나라에서 세계 경제 10위를 눈앞에 두고 있고 민주화 지수 아시아 1위를 이루는 기적 같은 노력에는 서로가 서로를 믿는 믿음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배우고 싶은 분야 1위가 무엇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1위는 교육, 2위는 정치라 한다. 무슨 교육이 1위일까 의심하겠지만 우리나라를 세계무대 위에 올려놓는 힘이 교육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교육에 자꾸 외국의 교육제도롤 도입하려 하지만 섣부른 도입이 기존의 좋은 것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행정을 포함하는 우리의 정치를 그동안 비난만 할 줄 알았지 실제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힘은 정치에 있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의 경제는 어떤가. 우리의 한류 문화는 어떤가.

     간혹 서로를 의심하고 믿지 못해 혼란으로 몰고가는 세력도 있다. 당장은 그들의 주장이 옳은 것도 같고 오랫동안 믿어왔던 믿음이 깨지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옳은 줄만 알았던 주장이 그릇된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얼마나 허망했던가. 지금도 그런 무리들은 갑자기 우리 앞에 끼어들기도 하고 급브레이크를 밟기도 한다. 우리를 죽을 만큼 위험에 빠지게 하여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내려오게 하려 한다. 자동차 경고음은 고속도로에서 긴장을 해서 운전을 주위하게도 하지만 서로의 믿음을 깨고 안정을 해치는 역할도 한다.

     고속도로 위에서 앞에 형제가 달리거나 뒤에 자매가 따라오면 서로를 향해 최대한 배려한다. 때론 먼저 가라하고 때론 비상등을 켜서 위험을 알려 주고 급하게 끼어들면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 틈을 내주는 믿음.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서로 그런 믿음을 갖고 각자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보다 나은 세상 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여 삶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 고속도로 위에 밤바람은 시원하고 멀리 보이는 별들은 총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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