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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과 피자의 정치 논리(글 신호현)

원 시 인 2013. 2. 2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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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과 피자의 정치 논리

 

 

    2012년 한 해가 저물고 2013년 새 해가 밝아 온다. 매년 이맘 때면 지난 날의 아픔과 불행을 잊고 새 해의 성취와 행복의 꿈을 꾼다. 지난 1년 동안도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사업이 실패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얼마나 많았고 그런 일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이가 얼마나 많은가. 아니 실패하고 직장을 잃은 슬픔보다 아예 사업도 펼쳐보지 못하고 잃을 직장도 가져보지 못한 이들의 아픔은 얼마나 더 컸을까.

    학창시절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보니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일이 그리 반가운 일만이 아니다. 어른이 되면 더 많은 권리가 생기고 더 많은 삶을 자유롭게 누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해야 할 일도 많고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함께 따른다. 이립(而立)의 나이가 되어도 정작 홀로 서지 못한다면 이는 정작 어른이라 할 수 없다. 가진 것이 없기에 부모에게 의존하고 학창시절부터 시험과 경쟁으로 키워왔던 불안과 초조는 불평과 불만이 된다.

 

    얼마 전,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정작 경사스럽다고 말하는 이가 없다. 그동안 정치에 대한 아픔이 많았고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기대가 양측으로 나뉘어 박빙의 승부를 냈기 때문이다. 51.6 : 48은 거의 절반의 승리요, 절반의 패배이다. 그러니 승자도 패자도 모두 겸손해져야 한다. 승리했다고 거만해서도 안 되고 패배했다고 되돌아서서도 안 된다. 포용과 배려의 정치가 절실한 시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승자는 패자의 아픔을 위로하고 겸손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패자는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적극 도울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내가 이겼다고 내 사람들만 가려 뽑아서 내 맘대로 나라를 다스려서도 안 되고, 내가 졌다고 승자를 비방하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된다. 이미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나선 이상 진정한 국익을 위해 함께 손잡아야 한다.

    국민들은 승자를 따르든 패자를 따르든, 정치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라는 데서 백년지계(百年之計)라는 말이 생겼듯이 정치는 적어도 1세대 30년을 내다보아야 한다. 요즘에야 세대차이가 좁혀져 510년만에도 정치의 결과가 나타난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의 정치 현실은 510년 전에 어떤 정치를 폈는가를 살펴보아야 하고 지금의 정치는 510년 후에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가를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비정규직 양산은 5~10년 전에 어떤 정책이 있었고, 고학력 청년실업 양산에는 대통령의 어떤 정책이 있었으며, 정부에서 기업을 돌보지 않아 외국으로 눈물을 흘리며 떠나야 했던 기업가의 눈물을 돌아보아야 한다.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후보자들은 마치 대통령이 되면 나라의 부귀와 국민의 행복을 책임져줄 것처럼 공약을 내걸고 국민들은 그런 대통령의 공약에 소중한 표를 던진다. 마치 초등학교 학급회장 후보가 초등학생들을 놓고 날 뽑아주면 떡볶이와 오뎅을 사주겠다고 하니 다른 후보는 치킨과 피자를 사주겠다고 한다. 학생들은 치킨과 피자를 먹으려고 표를 던진다. 치킨과 피자는 누구의 돈으로 사는 줄도 모른 채 오직 먹을 것만 생각한다. 그리고 당선된 학급 회장을 위해 어떤 일을 도와야 할까를 생각하지 않고 치킨과 피자를 제대로 사주는지 그것만을 지켜보겠다는 학생들도 많다.

 

    인터넷을 보면 선거 패배의 아픔으로 정치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란 말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비방과 흑색 선전, 루머 등이 떠도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밀었던 후보가 실패했으니 가슴 아픈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미워했던 후보가 당선이 되었으니 땅을 치고 가슴을 칠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가 곱게 보아야 할 일이다. 서로가 서로를 꽃으로 보아야 할 일이다. 내가 안 해도 그대가 잘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내 부모가, 우리 선생님이, 우리 대통령이 잘 이끌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제까지 보면 대통령이 할 일이란, 참 많은 것도 같아 기대를 가져보지만 사실은 개인적으로 돌아보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도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대통령은 국민 각자의 삶에 그냥 상징적인 존재일 뿐이다. 대통령이 내 인생을 절대적으로 바꿔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아버지 같든 어머니 같든 그저 상징일 뿐이다. 다만 그 상징의 힘으로 국민이 화합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고 각자의 일에 열심을 다할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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