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배화여중은 아름다움 그 자체
2013년 2월 4일 아침 모습이다. 밤새 내린 눈이 25센치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설경은 없었다. 이승만 대통령께서 하사하셨다는 느티나무에도 우리나라 전통의 구릉식 정원에도 학생들 쉬어 이야기를 나누는 의자에도 흰눈이 수북하다. 2013년엔 배화여중에 뭔가 좋은 일이 넘쳐날 것 같은 예감이다.
선생님들은 군대시절을 회상하며 눈을 치우고 학생들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며 교실로 간다. 흰눈보다 아름다운 것은 학생들을 향한 선생님들의 마음이다. 미끌어져 넘어질까봐 불평도 없이 스스로 나와서 열심히 눈을 치우신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과 선생님을 존경하는 학생들이 모인 배화여중은 두 배로 아름답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학교 있나요?
이희연 쌤이 더욱 눈부시다.
유령의 집에서
어둠 속에서 기다렸다
벌벌 떨리는 두려움을 참고
화사한 웃음짓는 너희의 얼굴을
너희가 호기심 가득찬 모습으로
우리 삶터 입구를 초조히 들어설 때면
너희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오는지
우린, 이미 모두들 알고 있었다
너희를 만나기 위해
살도 피도 모두 썩은 지 오래
오랜 세월 한맺힌 영혼만 남아
너희의 유희적 즐거움을 위해
이 곳에 한 뜻으로 모였다
우린 때때로 한자리에 모여
적시의 전율을 위해 회의를 하고
너희가 없는 그리움의 긴 날엔
너희의 놀라는 표정을 흉내내며
박수치며 까르르 웃기도 하지
모의가 끝나면 우린 또다시
갈증난 너희의 공포를 채우기 위해
너희가 가장 두려워할 곳에 숨어서서
너희의 등골을 오싹오싹 훔치려하지
준비하고 노력한 우리는
소리치고 두려워하는 너희가 좋아
무던하게 왔다가 별것 아닌 듯
쓸쓸히 출구를 떠나는 너희를 볼 때면
무능력한 내 존재에 의미가 없어져
오랫동안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지
오늘도 쉼없이 입구와 출구를 찾는
또다른 너희의 기쁨과 설레임을 기다리며
늘상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서기 위해
끊임없이 뼈를 깎으며 이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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