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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W' 꿰매어 신기

원 시 인 2014. 8. 12. 16:29

'운동화 W' 꿰매어 신기

                                                                              -  '운동화 W'니까 꿰맨다.

 

    집에 아들과 딸이 고2 중1이다. 제법 사춘기를 맞아서 그런지 예전에는 만원 짜리 운동화도 잘도 신더니만 요즘에는 '메이커' 신발만 신으려 한다. 메이커 신발 중에 오늘은 '운동화 W'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운동화를 종합적으로 꺼내어 빨다 보니 '운동화 W'가 3켤레이다. 아들 것 두 켤레, 내 것 1켤레이다. 아들이 '운동화 W'만 신으려 고집한다.

   '운동화 W'의 특징은 첫째 가볍다는 것이다. 운동화가 가벼워서 운동을 할 때 편하고 보통 걸을 때도 편하다는 것이다. 둘째 통풍이 잘 된다는 것이다. 발의 통풍을 잘 알 수 없지만 통풍이 잘되면 발냄새를 줄일 수 있다. 셋째, 오래 신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들 운동화를 사준지 2년 되었는데도 여전히 신고 있는 것은 1년에 1켤레씩 신는 제또래의 친구들보다 오래 신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운동화의 특징을 알아서 그런지 아들이 즐겨 오래 신는데 아들은 신발에 대한 애착 때문인지 너덜너덜한 운동화를 버리지 말고 계속 신겠다는 것이다. 새로 사준다고 해도 그냥 신겠다고 한다. 그래서 운동화를 빨았고, 빨면서 보니 정말 많이 헤졌다. 운동화가 다 말라서 끈을 묶다가 사진을 찍어 보았다.

   주황색 운동화는 내 것이다. 주로 석촌호수에서 빨리 걷기 운동을 할 때 신는데 정말 편하다. 그래서 방학 전에는 학교 출근할 때도 신었다. 아침에 이 운동화를 신고 출근을 하면 발걸음이 가볍고 신선하다. 그래서 즐겁다. 

 

     아래 두 켤레는 아들의 운동화다. 아들은 파란색 계통을 좋아한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뭐 신을만하다'고 하시겠지만...

     아래 사진처럼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헤진 구석이 많다. 윗 부분은 땅에 닿는 부분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잘 떨어지는지 모르겠다. 바지 끝에 쓸려서 그런가? 암튼 운동화가 잘 헤지는 곳 중에 하나다.

   아래 사진처럼 운동화를 살짝 옆으로 기울여 보면 첫째, 바닥이 많이 닳았다. 닳다 못해 떯어져 나갔다. 그리고 운동화 옆쪽에는 완전히 떨어졌다. 아들의 발이 볼이 넓은 탓일까? 암튼 구두나 운동화에서 가장 많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역시 이 운동화도 윗부분이 닳아진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운동화를 보면 운동화의 윗부분과 뒷꿈치 부분이 헤졌다. 또한 옆부분에 가죽으로 덧댄 분분의 천이 찢어졌다.

 

   운동화를 꿰매 신은지 35년이 되었다. 그러니까 중고등학교 때니까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그 때는 고무신도 귀해서 정말 새 신을 사면 신고 걷기 보다는 손에 들고 맨발로 다니기 일쑤였다. 고무신이 닳는 것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운동화를 처음 신었는데 학생들이 주로 신었던 검정 운동화 한 켤레가 600원이었다. 그 때 짜장면 한 그릇이 300원 정도였으니까 지금의 만원 짜리 운동화와 같은 값의 비율로 보면 될 듯하다. 운동화 역시 한 번 신으면 오래 신어야 하기 때문에 축구를 할 때는 운동화를 신고 차는 아이들보다 운동화 없이 맨발로 차는 아이들이 많았다.

   당시 운동화는 대개 천으로 되어 있어서 신다보면 금방 헤진다. 그러면 꿰매 신는 것은 보통이다. 나의 경우는 꿰매고 또 꿰매어서 더이상 꿰매 신을 수 없을 때까지 신었다. 지금도 억울했던 추억이 있었다. 남 괴롭히기 좋아하는 친구가 날 놀리고 도망을 가는데 쫓아가서 한 대 때려주고 싶었는데 쫓다보니 운동화가 떨어져서 달릴 수가 없어 못 쫓아갈 때가 속상했다.

 

  당시에 운동화 꿰매던 실력을 발휘해서 운동화를 꿰매 보았다. 아이들은 그것을 어떻게 꿰매냐고 반문했고, 아내는 요즘 세상에 누가 그것을 꿰매 신냐며 버리라 했다. 그런데 난 아들의 '운동화 W'레 대한 애착을 생각했다. '버리지 마세요' 그 한 마디에 운동화 꿰매기는 시작되었다. 참으로 오래만의 일이다. 

   운동화의 옆면을 꿰매는 일은 정말 기술을 요하는 곳이다 예전에는 운동화 안으로 바늘을 넣어서 꿰매기도 했다. 운동화가 바짝 찢어져서 꿰맬 수 있는 여분이 없었다. 그래서 딱딱한 프리스틱 부분에 대고 바늘을 꿰매려니 바늘이 잘 안 들어가서 옆에 운동화의 옆 부분으로 밀어 넣으려니 웬걸 바늘귀 부분이 반대로 들어갔다. 바늘을 빼내느라 이빨로 물어서 간신히 뺐다. 

   아래 사진은 얼추 다 꿰맨 운동화의 모습니다. 가능하면 아래 검은 플라스틱처럼 딱딱한 부분에 바늘이 통과하여 튼튼하게 꿰매려 했다.

   반대쪽도 같은 방법으로 꿰맸다. 윗 부분에 꿰매는 일은 일도 아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발끝과 옆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래 사진을 보면 내 운동화인데 아들 것보다 더 최근 것으로 잘 떨어지는 부분에 가죽으로 댄 것을 볼 수 있다. 새 운동화이고 본래 습관적으로 운동화를 아껴신는 버릇으로 아직 운동화가 깨끗하지만 그래도 운동화가 헤지지 않는 이유는 가죽으로 덧댄 부분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소비자들은 잘 몰랐지만 운동화의 작은 변천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지적한 운동화가 잘 헤지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앞부분에는  고무로 덧대어 튼튼하고 옆부분은 가죽으로 덧대었다면 운동화 윗부분이나 뒷꿈치부분에도 가죽으로 덧대어야 할 것이다.

   운동화를 빨리 헤지게 해서 많이 팔아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지 아니면 한번 신으면 수년 신어도 잘 헤지지 않는 운동화를 만들어 파는 것이 목적인지는 모르겠다. 한의사가 일침으로 환자를 고쳐 한번 침 맞으면 내일 안 와도 되게 하는 것이 목적인지 아니면 일주일 정도 맞아야 낫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교사로서 교육은 한번 가르쳐 주면 다시는 틀리지 않도록 가르쳐주고 그릇된 행동은 따끔하게 혼내주어 다시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