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단원고 빈하용 서촌갤러리에 가다
안타깝고 슬픈 세월호 사건으로 꿈 많은 학생들을 잃는 국가적 손실을 겪었는데 그 중에 한 친구가 빈하용이다. 빈하용은 단원고 2학년 4반 18번이었다. 서촌갤러리는 배화여중 바로 옆에 있었는데 박예슬 양 작품 전시가 그토록 찬란한 슬픔 속에 진행되었는데 가보지 못했다가 내친 발걸음이었다. 안타깝게도 박예슬 양 전시는 안산으로 옮겨지고 대신 빈하용 전시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림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시인의 눈으로 본 빈하용 군의 그림을 감상하고자 한다. 하용 군은 그림에 대해 남다른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천부적이랄까. 그의 상상력은 가히 고흐를 지나 훈데르트 바서를 지나 피카소에 가 있었다.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전혀 평이하지 않고 고흐의 사실적 감각을 이상으로 형상화했으며, 인간이 추구하는 직선을 거부한 바서의 그림처럼 가히 직선을 배제하고 자연의 선인 곡선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작가로는 그 유명한 이중섭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중섭은 고요함과 강한 힘이 작품마다 대비되어 나타나 선이 굵고 강직함을 주는 작품과 여린 선이 나타났는데 데, 하용 군의 그림은 그리 강직하지도 그리 여리지도 않았고 그 중간쯤에서 무한한 상상을 담고 있었다. 그의 작품에는 상상 이면에 강한 고독을 읽을 수 있었다. 상상은 무한한 우주로 통하는데 섬세함을 끊임없이 내면으로 치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난 만일 빈하용 군이 이중섭과 같은 시대에 타고났다면 이중섭과 쌍벽을 이루거나 이중섭을 능가하는(이중섭 님께는 죄송) 상상력과 고독을 가졌다고 보았다. 이런 천부적 개성을 가진 친구들은 우리나라 정서에서 대성하기 힘들기에 많은 화가들이 외국으로 나가 활동하게 된다. 외국에서 인정을 받아야 국내에서도 인정해주는 못된 분위기가 있는 까닭에 국내에서 자성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용 군은 그림을 보면서 사실 가슴이 많이 아팠다. 그 이유는 하용 군이 세월호의 희생자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의 그림에서 그의 죽음을 예견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은 바닷속 물고기들이 많이 그려져 있고,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숨겨 표현한 작품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물고기의 눈을 많이 형상화했으며, 얼굴은 사람인데 눈동자는 물고기의 눈동자를 그린 부분이 나타난다.
그의 그림에서는 밝음이나 희망보다는 격리된 고독과 어둠이 잠재되어 있다. 어쩌면 그의 희생을 예견했다고나 할까. 그는 바닷속 자연과 동물을 많이 그렸는데 어쩌면 자신이 마지막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암담한 현실을 그림으로 형상화 한듯하고 엄마를 그렸다는데 엄마와는 닮지 않았다지만 놀람과 분노로 가득한 그림, 역시 친구들도 놀람과 분노로 그려져 있다.
예술가들은 두 가지를 겸비해야 예술을 할 수 있다. 하나는 철저한 고독이다. 아래 그림에서 잘 표현된 스풀 속 동굴에서 쪼그린 모습은 자신의 격리된 고독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고독이 없이 어찌 예술을 할 수 있겠는다. 인간이 가지는 절대고독을 극복하고자 나타나는 삶의 현상이 술을 먹게 하거나, 입술을 탐닉하게 하고, 예술에 빠지게 하고, 종교에 귀의하게 하고, 각종 취미활동에 젖게 한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언제나 외롭다.
또 하나는 무한한 상상력이다. 상상력을 예술가들의 날개이다. 그 상상력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도 하고 그 상상력이 행동으로 옮겨지면 기인으로 남게 된다.더 나아가 미친 사람으로 평가를 받더라도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불태우다보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재물을 잃는 것이 뭐 아깝겠냐마는 사람을 잃는 것은 예술가들을 더욱 고독하게 한다. 이 상상력은 예지력과 통한다. 자신의 앞날을 내다보기도 하고 민족의 운명을 내다보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을 더욱 고독하게 하고 괴로워 하기도 한다.
어쩌면 위에 두 가지 고독과 상상력은 형제이거나 쌍둥이인지도 모르겠다. 치달려 나가다보면 둘은 만나서 같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두 가지 요소는 예술가들이 겸비할 기본 요소인지도 모른다. 성공한 예술가들이 되려면 더 많은 것을 갖춰야 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용기이다. 가만히 있어도 떠오르는 상상을 언어든, 음악이든, 붓이든, 몸뚱이로 표현해 내는 것이 예술인데 거기에는 무한한 용기가 필요하다.
혹자는 예술로 재물을 모으기도 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은 남들이 다 모으기를 좋아하는 재물을 잃어야 하고, 남들이 많은 사람을 친구로 두고 싶어하는 사람을 잃어야 한다. 그리고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 철저히 혼자 남아 파괴되어 가는 자신을 보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예술가들이 참아내지 못하고 향락에 빠지거나, 마약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길임을 알고 가야하는, 쓰러지고도 다시 일어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진정한 예술가들은 그 고독과 역경을 알기에 예술을 통해 얻은 재물은 다시 젊은 예술가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포츠 선수들 역시 예술가 못지 않은 고독과 자신의 한계와 싸우지만 결국 이겨서 번 재물은 다시 후비 선수들에게 되돌려 주는 아량이 필요하듯 예술가들 또한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용기 다음으로 가져야 할 예술가의 자질은 배려이다.
하용 군의 그림에서는 철저한 고독과 무한한 상상력을 읽을 수 있었지만 용기와 배려를 읽을 수 없었기에 안타까웠다. 하용 군이 더 살아 자신을 이겨내고 인류의 빛이 되는 존재로서의 용기와 그 후배들에게 가르침과 나눔의 배려를 볼 수 없었기에 슬프다. 그림을 보면서 내내 먹먹했다. 돌아서는 발길에 어둠이 짙게 깔리고 있었다.
단원고 빈하용 전시회..
안내 팜플랫이다..
자신의 격리된 고독을 표현한 그림이다..
하용 군의 방에 있던 그림그리던 책상과 의자..
하용 군이 떠난 바늘의 별이다..(어린왕자의 별과 비슷하다)
놀람, 기쁨, 분노, 슬픔이 다 담긴 그림이다..
하용 군의 소식을 들은 친구, 사람들의 표정..
엄마의 모습이란다..
하용 군이 하늘로 타고 간 열기구
하용 군이 남기고 간 붓과 빠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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