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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를 읽고]책임 있는 지식인의사명(글-신호현)

원 시 인 2016. 2. 29. 20:26

[태평로]

 '학원은 교육 기관, 학교는 평가 기관'

 

                                                             박종세 사회정책부장

 

박종세 사회정책부장 사진

    입시가 마무리되면서 다시 확인된 사실은 올해의 숨은 승자 역시 학원이라는 점이다. 도박장에서 도박판을 제공하는 하우스가 늘 이기듯이 매년 선수만 바뀔 뿐 결국 웃으면서 돈을 세는 것은 학원이다. 독재 시절을 제외하고, 사교육과 겨룬 역대 교육 당국은 모두 패했다.

    김대중 정부 때 시작된 수시 전형, 노무현 정부의 수능 등급제, 이명박 정부의 EBS 연계 수능, 현 정부의 쉬운 수능은 모두 사교육을 겨냥했지만 포획에 실패했다. 사교육의 양은 줄지 않고 메뉴만 바뀌어왔다. 정부의 교육정책이 변하면 사교육은 여기에 맞춘 최적화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살아남았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비교과 활동이 중요해지자 논문 작성을 위한 학원, 교내 상 수상을 위한 과외, 자소서 작성을 위한 사교육 선생이 등장했다. 쉬운 수능에 맞춰서는 한 문제도 틀리지 않게 반복해서 시험문제를 푸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능 영어 절대평가제가 발표되면 수학 학원이 발 빠르게 마케팅을 강화하는 식으로 진화한다.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오르는 풍선 효과로 사교육비는 한 해 18조원에 이르지만, 현 정부 들어서도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줄기는커녕 매년 늘고 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이를 '사교육 고통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입시 제도를 어떻게 바꾸든 관계없이 학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여력을 다 소진한 뒤에야 물러난다는 것이다.

    사교육과 전쟁을 벌여 정부가 매번 지는 것은 인간의 본성, 경쟁의 인센티브를 똑바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일류대를 나오면 취직이 잘되고 안정된 삶을 살 가능성이 높은 한국의 현실이 변하지 않는 한, 명문대학에 들어가고 또 보내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더구나 대학 입시에 적용되는 냉혹한 실력주의가 그 이후 단계에서는 느슨해져 좀처럼 역전 기회가 없다고 느낀다면 입시에 목을 매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기도 하다. 이런 원초적 욕망을 정부는 경쟁 제한을 통해 억누르려고 하니 사교육에 번번이 당하는 것이다. 수능이 쉽든 어렵든, 논술이 있든 없든 남보다 한발 앞서려는 경쟁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교육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이기려면 사교육을 끌고 내려오는 대신 공교육이 밀고 올라가야 한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원은 교육 기관, 학교는 평가 기관'이라는 말이 있다.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내신 성적만 매겨서는 사교육을 손톱만큼도 줄이지 못할 것이다. 방학이 끝나면 잘사는 집 아이와 못사는 집 아이의 학력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 공백은 방과 후에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교육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되지 못하고, '금수저, 흙수저'를 출발부터 고착화하는 세대 물림의 성벽으로 작동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사교육에 내준 공간을 공교육이 되찾아와야 한다. 공주 한일고 등 사교육 없는 교육 현장을 일궈낸 공교육 성공 모델도 이미 있다.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법을 가르치고 효율적 경쟁이 일어나도록 관리하며 도와준 곳들이다. 학교와 교사가 학원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잘 가르쳐야 사교육과 전쟁해서 이길 수 있다. 학교와 교사를 개혁하는 '공교육 혁명'이 대대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교육 개혁은 구호에 그칠 뿐 결코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25/20160225039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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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태평로]를 읽고

 

책임 있는 지식인의 사명

 

    [조선일보 태평로]를 읽었다. 사회정책부장님의 글이라서 그런지 학교교육의 결과라 볼 수 있는 입시를 통해 학교와 학원을 싸움의 상대로 보고 학원이 이겼다는 입장에서 글의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학교에서 논술교육을 지도하는 교사로서 박 부장(존칭 생략)의 글에 반론을 제기하고자 필을 들었다. 조선일보는 국내 최고의 판매량을 자랑하는 일간지이다. 여기에서 잘못된 논지로 국민들을 설득시키면 국민들의 시각이 고착화되기 십상이다. 책임 있는 지식인들이 올바른 사고관으로 논지를 전개해야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와 학교교육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다.

   

   첫째, 학원은 승자이고 학교는 패자라는 시각이다.  박 부장은 학원과 학교를 경쟁 또는 싸움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공교육에서도 가끔 '사교육 죽이기 정책'이라 표현하면서 싸움의 대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공교육과 사교육은 우리나라 교육을 지탱하여 굴러가는 두 개의 바퀴라는 생각이다. 사교육이 앞서가는 것처럼 표현해도 공교육의 흐름에 맞추어 같이 굴러가고 있다. 하나가 이기고 하나가 지는 관계라면 결국 교육이 무너질 것이다. 공교육이 못하다고 공교육을 포기할 수 없듯이 사교육이 18조원에 이른다고 사교육을 완전 금지시키는 것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재에서나 있을 일이다. 그러니 사교육을 아무리 줄이려 해도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교육현상을 경쟁과 싸움의 대상으로 보는 것보다는 상호 보완의 관계로 보는 시각이 요구된다. 만일 학원이 돈 세지 않고 학교가 웃으면서 돈을 세고 있다면 바람직한 교육일까. 경쟁 상대가 박살나야 내가 사는 관계라면 싸움의 상대이지만 학교는 학원이 박살나서 학원강사들이 막일 품팔이나 다니길 원하지 않는다. 

  

   둘째,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주장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근거로 학원이 이겼다고 결론을 내렸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입시'라는 어휘를 통해 독자들이 학원이 승리했다고 추측하도록 하고 있다. 주장도 추측하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주장은 '사교육과 겨룬 역대 교육 당국은 모두 패했다.'라고 하면서 올해의 결과를 역대 교육 당국으로 비약하면서 확고하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 어떤 근거로 사교육이 이겼을까. 입시에서 사교육에만 몰두한 재수생들이 일명 SKY 대학에 더 많이 입학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사교육을 많이 받은 강남의 학교들이 사교육을 받지 못한 시골의 학교들보다 입시 성적이 좋았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강남의 학생들과 시골의 학생들의 입시 결과를 비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인적 구성이 공정했을까. 간혹 특목고에서 우수 학생들을 뽑아다가 좋은 대학을 보내놓고는 일반계고보다 좋은 교육을 했다고 자만한다면 어떻게생각할 것인가. 또한 지난 한 해 사교육이 18조라 근거를 제시했는데 2010년 사교육 시장이 30조(http://blog.naver.com/ngladduck?Redirect=Log&logNo=20066854553)였다면 5년만에 18조로 급격히 사교육이 줄어든 셈이다. 논지를 전개하는 데 있어 주장이 중요할까. 근거가 중요할까. 섣부른 지식인들은 주장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구체적 근거를 간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근거 없이 주장을 내세우다 보면 논지의 방향이 흐리고 독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

 

   셋째,  '학원은 교육 기관, 학교는 평가 기관'이라는 제목에 문제가 있다. 제목은 글 전체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학부모들의 말을 인용해 사회에 큰 이슈를 부각시키고자 정한 제목인지 아니면 박 부장이 정작 제목과 같은 시각으로 이 글을 쓴 것인가. 물론 후자라는 생각에 필자가 안타까워 짚어보자는 것이다. 학원이 교육기관이면 그 교육이라는 말에 내포된 의미는 무엇인가. 단지 수능 잘봐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이 교육의 의미인가. 입시제도 바뀌면 그 입시제도에 따라 바뀌고 변화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란 말인가. 학교는 내신성적 등급이나 평가하는 단순한 일만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면 학생들이 학교폭력이 일어나고 집단따돌림이 일어나면 왜 학교를 책망하고 학생들이 지하철에서 어른들을 때리면 학교교육을 탓하는가. 심지어는 군대에서 집단따돌림이나 총기사고가 발생해도 학교교육을 탓하고 어른들의 잘못까지도 학교에서 잘못 배운 이유라고 한다. 학교와 입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지만 학교는 입시 외에도 창의 인성교육도 해야 하고 각종 행사도 치뤄야 하고 체력도 길러줘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들이 일하는 낮 동안에 학생들을 돌보는 돌봄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싸우지 않게 돌봐야 하고 밥도 먹여야 한다. 교사들이 담임을 기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문으로 쏟아지는 업무는 어떤가. '학교는 평가기관'이라는 제목으로 학교교육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들이 하는 말을 책임 있는 지식인이 쉽게 써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학원과 학교를 경쟁의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의 관계로 우리나라 교육을 지탱하여 굴러가는 두 개의 바퀴로 보아야 할 것이며, 학교가 학원에 뒤졌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하여 주장해야 할 것이며, 학교는 단순히 평가기관만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라 더많은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학생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곳이라는 것을 짚어 보았다. 사실 수능을 포함한 입시의문제, 금수저 흙수저를 고착시키는 학교교육, 공교육 혁명의 문제를 더 논하고 싶지만 지면상 접어둔다. 다만 입시 결과로 학교교육의 문제를 짚어보는 것은 좋지만 입시문제에는 사회 현상 전반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담겨 드러나는 현상이기에 하나의 시각이나 하나의 표현으로 단정하기가 어렵다. 신문에 이름과 사진이 실리고 글을 그 사람의 속내다. 책임 있는 지식인들은 하나의 자극적인 표현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문제를 들여다 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글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