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세상/◈글모음◈

[산행]원시인 엄마 배 같은 소백산을 오르다(신호현 詩人)

원 시 인 2019. 1. 27. 01:03

[산행]

 

원시인 엄마 배같은 소백산을 오르다

 

    지난 2019년 1월 26일(토)에 원시인은 큰형님과 소백산을 등반했다. 작년 6월에 공직에서 퇴직하신 큰형님이 전국 100대 명산 등반을 시작한지 23번째 산이다. 25일에 우연히 톡을 하다가 "내일 소백산을 갈 거야."라는 말에 무작정 "그럼 저도 가요!"라는 말로 따라 나섰다. 형님과 동반한 등산은 100대 명산 중 세 번째다. 첫번째는 수락산(http://blog.daum.net/phshh/15783748 )이고, 두 번째는 청계산(http://blog.daum.net/phshh/15784019)에 이어 이번에 소백산이다.

    소백산은 높이 1439m로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주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겨울철이면 하이얀 눈이 머리에 있어 소백산(素白山, 민백이산)이라 불리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소백산(小白山)이라 하여 작을 소(小) 자를 쓰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대개 많은 관광객들이 '백두산(白頭山)보다 작다'는 의미에서 착안하여 작을 소(小) 자를 써서 불렀을 텐데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그냥 쉽게 소백산(小白山)이라 부른 듯하다. 국망봉, 비로봉, 연화봉, 도솔봉 등 크고 작은 많은 봉우리들을 거느리고 있어 능선으로 죽 이어져 있어 올라가서 보면 언덕을 거니는듯 다정한 산이다.  

    소백산에는 예로부터 비로봉 서북쪽 1백m기슭의 주목군락(천연기념물 244호), 5-6m에 몇 아름씩되는 1만여평에 2백~6백년 수령의 주목 수천그루가 자생하며 한국산 에델바이스인 솜다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3,4월에 진달래가 시들면 4월말부터 철쭉과 원추리 에델바이스 등이 잇달아 피어난다. 그래서 소백산은 봄이면 꽃이 피지 않는 날이 거의 없어 "천상의 화원"에 비유된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간다는 주목숲과 어우러져 있는 소백산 철쭉은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다. 비로봉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된 주목 군락이 이들 불그스레한 철쭉꽃과 대조를 이뤄 더욱 장관이다. 소백산 철쭉은 5월말에 만개한다. 이 기간에 철쭉제가 열린다.(출처:한국의 산하)

    7시10분에 천철을 타고 이천역에 도착하니 8시 40분이었다. 기다리고 계시던 형님의 차를 타고 단양으로 달려가니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형님과의 여행은 아버지와의 여행처럼 편안하고 배울 점이 많아 좋다. 단양에는 교감을 하고 있는 단양 토박이 대학 동기가 있어 언제나 다정한 도시이다. 어의곡에서 주차를 하고 올라가는데 이상하게도 갈수록 길이 좁아들더니 웬걸 아주 좁고 낙엽이 수북한 길로 변했다. 나침반 같은 형님은 스마트폰을 검색하더니 '이 길은 아니다. 다시 내려가자.'라고 하셨다. 4.7Km인 길을 두고 10,4Km 험곡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내려와서 관광버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다시 올라가니 사람들이 구름처럼 흘러들어가는 길이 보였다. 그길을 따라 올라가니 외국인들도 많이 올라가고 우리는 열심히 따라 올라갔다. 계곡에는 겨울철 계곡답게 얼음들이 꽝꽝 소리내듯 얼어붙어 있었다. 거의 정산에 오르기 전에 형님과 점심을 먹었다. 엄마같은 형수님이 싸주신 찰밥 도시락과 사과, 두유, 삶은 계란 등을 먹었다. 밥을 먹고 오르니 배가 든든한 탓에 힘들지도 춥지도 않았다. 내려오는 사람마다 다정한 선생님처럼 "옷깃을 단단히 여미세요! 위엔 상당히 바람이 세요!"라고 했다.

    정상에 가니 정말 바람이란 놈은 바람이 아니었다. 목과 볼, 가슴을 마구 찌르는 칼이었다. '아하! 겨울 칼바람이 이런 것이구나.' 큰형님이 목에 두르는 보호막을 씌워주었다. 따뜻했다. "내가 두 개를 가져왔어.." 역시 아버지 같은 말씀이었다. 어느 새 바람의 날은 무디어져 거세게 불어도 그냥 바람이었다. 정상에는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표지석에는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줄을 섰다. 서로 찍어주고, 자리를 양보하는 따뜻함이 칼바람을 또 한 번 무색하게 했다.

    형님은 100대 명산 표지를 들고 활짝 웃었다. 산을 오를 때는 미세먼지 농도도 짙고 날씨가 어정쩡했는데 정상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다. 해가 중천에서 우리 형제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하산하기 위해 돌아서는데 소복히 볼록한 소백산이 어렸을 때 만져본 엄마 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백산은 / 소복히 배부른 산 / 엄마 배처럼 포근하다" 아주 짧은 시를 썼다. 

    그 배에서 사랑하는 4남 1녀의 형제들이 나왔고 같이 우정을 나누며 살았다. 지금은 두 형님이 그 배부른 어느 곳, 함께 뛰어놀던 추억 속으로 들어갔지만 능선을 돌아가면 만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려오는 내내 큰형님과 두 형님 이야기를 했다. 두 형님 이야기를 맘놓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형제뿐이다. 형들 생각이 나니 더 엄마배 같았다. 짧지만 긴 시이다.

 

 

 

 

 

 

 

 

 

 

 

 

소백산.jpg

소백산.jpg
4.11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