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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금기어 '친일파와 빨갱이'

원 시 인 2019. 7. 31. 14:51

[칼럼]    울산매일(2019-08-04)   조선일보(2019-08-09)

 

금기어 '친일파와 빨갱이'

 

   세계 경제 10위를 달리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 관광객이 곳곳을 누비며 여행과 휴식을 취하는 나라이다. 자원도 없고 인구도 그리 많지 않아도 어느 분야에서 무엇을 해도 최고로 잘해서 빛나는 대한민국을 건설해 왔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1위, 조선 1위, 스마트폰 보급율 1위, 인터넷 보급율 및 활용률 1위다. 어디 그뿐인가. 열거하기 바쁠 정도로 1위도 많은 우리나라 한류 문화 또한 세계적이다. 이렇듯 우리 선배들은 일제와 6.25의 시련을 잘 이겨내고 후진국 경제를 발전시켜 선진국 대열에 나란히 해왔다.

   이렇게 잘사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감사하고 겸허할 줄을 모르고 스스로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자극하는 2개의 단어가 있으니 '친일파와 빨갱이'이다. 우리가 일제 35년을 극복하고 독립을 맞은지 칠십 년이 지났는 데도 아직도 일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일본과 친해지려는 사람들에게 '친일파'라는 말을 던진다. '친일파'라는 말은 일제시대 일본에 압잡이가 되어 일본을 돕고 자국민을 괴롭히던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엄연히 우리나라가 독립을 했고, 한일협정을 통해 더 이상 갈등을 정리하고 서로 상생하는 이웃 관계를 회복하고자 노력해 왔다.

    예전에 어느 대통령도 일본을 방문하면서 "우리는 과거를 말하려 온 것이 아니다. 미래를 논하고 서로간에 윈윈 하는 상생 경제정책을 논하러 왔다."라고 했듯이 전대 대통령들은 이웃과의 갈등보다는 협력이 서로 간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 아픈 일제의 치욕에도 반일 감정을 억눌러 친하려 했던 것이다. 우리가 일제 자동차를 타고, 친척이 일본에 살고 있어 자주 여행을 가고, 일본 친구가 와서 가끔 우리 집에서 자고 갈 때 친절하게 해주면 '친일파'가 되는가.

   아직도 6.25 전쟁의 아픔을 꺼내 북한과 친해지려는 사람들에게 '빨갱이'라는 말을 던진다. 우리는 아직도 남북분단으로 무수한 갈등과 전쟁 위협을 안고 있다. 그러나 평화와 종전 너머에 평화와 통일로 달려가자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전쟁 상황이고 적대 감정으로 국가 안보를 지켜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이면에는 통일을 향한 노력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통일은 남북 간 갈등의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형제가족이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6.25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증오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통일를 통해 민족 대통합을 실현시켜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통일시로 통일을 노래하는 시인이 있다면 '빨갱이'가 된단 말인가.

    지금 33,000여 명의 탈북민이 있고, 2,500여 명의 탈북 학생들이 '먼저 온 통일'로 남한의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서, 우리 학교에서 빨리 적응하고 어깨를 나란이 할 때 '먼저 온 통일'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민족 대화합과 통일을 꿈꾸는 우리에게 축복의 편지 같은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어른들에게서 배운 학생들이 탈북학생들에게 '빨갱이'라며 끝없이 상처를 주고 분열과 대립을 자극하고 있다. 남한 드라마를 보고 자유가 그리워서 찾아온 북한 이탈 동포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그들에게 폭탄을 안겨 주는 것이다. 우리가 한 마디 말로 사랑을 줄 것인가, 폭탄을 안겨줄 것인가

    세계 유일의 여성 가족부가 있고, 학생인권조례, 한국인권법이 있기에 개개인의 인권을 그리 강조하는 단체도 많다. 그들은 왜 상대를 매도하고 모욕을 주면서 갈등과 증오를 불러오는 '친일파와 빨갱이'라는 말에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드는 마약과도 같고, 독가스와도 같은 '친일파와 빨갱이'라는 말을 오늘부터 금기어로 정하자. 어른들이 먼저, 정치인들이 먼저 상대를 모욕하고 상처 주는 말을 삼가자. 그 말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따라하는 불온한 현실을 부끄럽게 여기고 자중하자.

   우리 학생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은 글로벌 세상이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와 미국은 물론 세계 각 나라와 더욱 긴밀한 공조 속에서 살아야 하고, 북한과는 통일된 세상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상대가 '친일'하면 일본과 같이 경제공동체로 상생을 꿈꾸는 거라 생각하고, 상대가 '친북'이면 북한과 친해져 남북이 화합하여 통일을 꿈꾸는구나.」라고 생각해야 한다. 더이상 '친일파'와 '빨갱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말자. 인권에 크게 위배된다.(신호현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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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글 : 유주열의 동북아 담설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