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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일반계고만 고집하십니까?

원 시 인 2008. 10. 30. 22:18

아직도 일반계고만 고집하십니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고심에 빠졌다. 아이가 공부를 잘해주면 좋겠는데 그다지 잘하지도 못하고 열심히 노력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본인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장래 희망도 명확하지 못하다. 장래희망이나 적성을 물으면 그냥 신통치 않은 대답에 물어본 부모가 더 속이 터진다.

 

   공연히 남들은 자식이 특목고에 갔다느니 일반계고 갔다느니 내비치고 조금 더 있으면 어느 명문대학을 들어갔다느니, 장학금을 받았다느니 은근히 자랑을 해대는데 우리 자식은 신통치가 못하다. 입시나 진학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막히는 기분이다. 그래서 '엄친아'라는 말도 생겼다. 엄마 친구의 아들은 특목고도 들어가고 명문대학에도 잘 들어가는데 우리 자식만 속썩이는 것이다.

 

   어느덧 우리 여동생도 큰 딸이 공부를 중간 정도 하였는데 동생이 고집하여 일반계고를 보내어 공부를 시키느라 죽을 뻔하였다. 매일 학원에 보내어 부족한 과목을 보충시켰지만 남들은 선행학습을 시키기에 따라가지 못했다. 방학 동안에는 돈을 수백 만원 들여 기숙형 학원에 한두 달씩 보내기도 했다.

 

   그 아이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한다고는 하지만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자 스스로의 스트레스가 심했다. 가족들 휴가에 가지도 못하고 명절 때 친척들 모임에도 얼굴을 비추기 꺼렸다. 스트레스 쌓일 때마다 먹어대니 몸은 날로 불었다. 고3 엄마 노릇하느라 큰 딸을 챙겨주지만 저도 힘든지 왕짜증이다. 그러더니 이번 대입에 지방대 수시에 넣었는데 합격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그 동생의 둘째딸이 이번에 중3으로 고입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역시 본인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불확실하다. 성적은 중간이다. 본인은 일반계고 가려니 언니가 고생하여 공부를 해도 지방대에나 갈둥말둥하니 걱정이 된단다. 자신이 없단다. 그래서 난 적성과 장래희망이 일치한다면 실업계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아이도 실업계를 생각했지만 엄마의 반대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인 여동생에게 우리 자랄 때와는 다른 실업계의 특성을 설명해 주었다. 

 

   우리 자랄 때는 공부를 잘하면 일반계고를 가고 공부를 못하면 실업계를 가서 일반계에나 가야 대학을 가고 실업계에서는 대학 가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실업계 과목 공부를 하면서 일반계고 공부를 진학반이라 하여 거의 독학하다시피 해서 대학을 갔다. 그리고 취업의 정도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래서 실업계 다니는 학생들은 인발계고 학생들을 부러워했고 그 부모들도 일반계 다니는 자녀들을 은근히 자랑했다.

 

   물론 공부를 잘한다면 특목고를 가거나 자립형, 자율형 사립고를 가거나 일반계고 가더라도 상관없지만 공부를 중간 정도 하는 학생의 선택이 가장 어렵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주 상위권 학생은 특목고를 가고 특목고에 가지 않은 학생들은 대개 일반계고를 가고 그보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실업계를 갔다. 그러니 중간 정도의 학생들은 대개 일반계고를 가서 열심히 도전할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요즘 진학의 판도가 달라졌다. 실업계고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지니 실업계고를 살리는 차원에서 대입 특별 전형에서 실업계 학생을 3% 정원 외로 선발하더니 2005년부터는 5%로 확대하여 실업게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었다. 그러니 서울 4년제 대학만도 5,0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혜택을 보게 되었고 공부 못해서 실업계 간 학생들은 버젓이 서울 4년제 대학에 들어가고 공부 잘 한다고 일반계고 간 학생들은 지방대나 전문계 대학으로 들어갔다.

 

   요즘은 실업계고 명칭은 전문계고로 바꾸고 많은 실업계고가 특성화고로 탈바꿈하였다. 특성화고등학교는 학교 능력에 맞는 한 가지를 선택하여 특성화고로 변모하여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니 정평이 난 학교는  내신 20%이내에서 끊어질 정도로 지원이 우세하다. 대개는 내신 50% 이내에서 입학생을 선발하여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만 모아 수업을 하니 수업분위기도 좋다고 한다.

 

   이제 50% 이상의 학생들이 설 곳이 없어졌다. 아직 특성화고로 변모하지 못한 전문계고를 선택하든지 그냥 밀려서 일반계고를 가야할 형편이다. 밀려서 일반계고 간다는 것은 일반계고 우수학생들의 들러리나 서겠다는 뜻이다. 그나마 수준이 낮은 전문계고에 가서 내신 성적이라도 올리면 정원외 입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50% 이상의 학생들이 부모의 잘못된 선택으로 일반계고를 가기도 한다. 현재 일반계고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과 거의 바닥이 아이들이 모여 한 교실에서 공부를 하니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다. 공부를 애써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과 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책상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섞여 공부를 하고 있다. 이제 일반계고를 가는 학생들은 다시 한 번 신중히 고민을 해봐야 한다.

 

   참고로 5,6년 전에 아주 형편없는 실업계를 갔던 학생이 지금은 중앙대나 경희대를 다니고 있다. 중앙대는 시각디자인과이고 경희대는 영문과를 다니고 있다. 둘 다 실업계고에서 내신 상위 등급이었고 시각디자인 학생은 그 쪽으로 실기 능력이 있었고, 영문과 학생은 외국에서 거주하다 온 학생으로 영어말하기대회 등에서 수상 경력이 있었다. 

 

   이제 정시 44% 수시 56%의 대입 선발에서는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무엇을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조기에 계발해 주고 꾸준히 실력을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대학 도서관에 가면 명문대학을 나오고도 취업을 못해 재학생보다 취업 재수생들이 많은데 대부분 인문학 계열의 학생들이 많다.

 

   중3인 내신 50% 이상의 학생을 지금 전문계고를 보내야 좋을지 일반계고를 보내야 좋을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학생의 선택이 중요하고 학생의 관심과 적성 그리고 소질이 중요하다. 장래 희망도 중요하다. 신중히 선택해야 하겠지만 옛날 사고방식 그대로 일반계고만 가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학부모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아직도 일반계고만 고집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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