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
만우절
만우절 아침
아이들 눈이 초롱초롱
눈가에는 웃음이 그득
저마다 하늘 품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을 속일까
설마 혼내시지 않겠지
긴장된 아이들의 반란
아하 그러나 어쩌지
벌써부터 준비한 선생님들
어느 새 교복 입은 선생님
옆에 앉아 있을 줄이야
봄철 메마른 가지
봄꽃으로 하늘 만나듯
만우절에 긴장한 아이들
웃음으로 선생님 만난다
詩 신 호 현(2021.4.1)
사진: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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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저한테 이런 일도 생기네요.
어제 오후에 일이 좀 있어서 시청에 잠깐 들렀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걸이 위에 번쩍번쩍한 장지갑이 하나 놓여있더군요.
화들짝 놀라서 내용물을 확인해 봤더니
왠 조폭같이 머리가 짧고 우락부락한 사진 주민등록증에
신용카드는 없었지만 10만원권 수표 30장과 5만원 신권 20장이 들어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일보는데 10분 정도 걸리니까 찾으러 오겠지 했는데
10분을 초과해서 15분이 돼도 안 오더군요.
기다리다가 밖을 나왔는데 참 갈등되더군요.
요즘 10만원짜리는 현찰 취급받고 그냥 대충 서명해도 쓸 수 있는데...
장시간의 마음의 갈등을 접고 파출소로 향했습니다.
가서 경위를 설명하고 연락처와 성명 적고 가려고 하는데
옆에서 통화하던 여순경이 저보고 "잠깐만요" 하더군요.
지금 그 지갑 분실자가 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라고.
법적으로 보상 받을 수 있으니까 잠깐만 계시라고 해서 멋적었지만 기다렸습니다.
5분 정도 있으니까 느긋하게 들어오는 풍채 좋은 조폭이 아니고 스님이시더군요.
그 분이 저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사례하겠다고 하시면서
지금 이 돈은 당장 써야 하니까 오늘 내로 입금해 드리겠다고 하길래
전 스님 돈은 별로 받고 싶지 않다고 그냥 좋은 일에 쓰시라고 하고 나왔습니다.
버스을 타려고 가고 있는데 그 스님이 "잠깐만요" 하면서 뛰어 오시더군요.
이렇게 가시면 자기가 마음이 참 불편하니까 제발 계좌번호 좀 불러주시라고.
조금은 사례해야 마음이 편하고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마시라고 말씀하시길래
계좌번호 가르쳐 드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3시간이 지난 후에 핸드폰에 문자가 왔길래 봤더니
"000님께서 100만원을 입금하셨습니다" 라는 문자가 떴습니다.
전 대충 몇만원 정도 보내겠구나 싶었는데
1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보니까 솔직이 이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파출소에 가서 순경에게 이런 저런 말씀드리면서 돈 돌려 드려야 할 거 같은데
그 분 어디 절에 소속된 분이시냐고 물었더니,
그 스님이 혹시 제가 다시 찾아올까봐 절대 말해주지 말라고 했답니다.
전 좀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계속 말해주시라고 그 순경에게 졸랐더니...
그 절 이름이 "만우절"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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