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전학 온 너희에게

[학창시]

 

전학 온 너희에게

 

며칠 전 진로상담실에

고구마 줄기를 잘라 화분에 심었다

잎이 무성하고 뿌리가 없으니

의기양양 무성하던 잎이 금새 시들었다

 

잘 자랐을까 출근해 보니

창가 쪽 줄기는 아무 일 없는 듯 일어섰다

반대쪽 줄기는 아직도 힘없이

머리를 바닥으로 숙이고 화나 있었다

 

미안하다 고구마 줄기야

이제 곧 서리 내리면 네 푸름 시들까봐

곧 얼어붙을 척박한 땅에서 옮겨

따뜻한 이야기 넘치는 진로상담실로 옮겼다

 

세상에서 가장 생명력 강한 너는

좁은 화분이라도 뿌리내려 겨우내 무성하리라 

하얀 눈 내다보며 이야기 함께 나누다가

봄 텃밭에 옮기리니 그 때 맘껏 열매 열거라

 

詩 원 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