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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敎育樂書]자연과 대화하는 시인-강영희 시인의 '두만강 물소리'

원 시 인 2023. 4. 11. 05:12

[원시인의 敎育樂書]  에듀프레스로 보기   꿈꾸는 시인 강영희(오산)   우리에겐 마술이 필요하다 강영희 시인(송파문협)

 

자연과 대화하는 시인

 

                            - 강영희 시인의 '두만강 물소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다양한 특성으로 살아가지만 어떤 대상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두 가지로 압축이 된다. 문학을 좋아하는가, 좋아하지 않는가로 나눠지고, 자연을 벗하며 살았는가, 자연을 잊고 살았는가로 나눠지기도 한다. 문학은 실생활에 꼭 필요하면서도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이 살 수 있고, 자연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마치 독서가 꼭 필요함에도 실생활에 독서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기에 독서를 하지 않고 살아가고, 운동이 꼭 필요함에도 실생활에 운동을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기에 운동하는 것을 잊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것을 '비긴급성'이라 하는데 '긴급하다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긴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안전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안전을 잊고 살다가 갑자기 큰 사고를 당하고, 독서를 하지 않고 살다가 정작 삶의 가치를 잊으며 살고, 운동을 하지 않고 살다가 몸이 늙고 병들어서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다.

 

그 기준을 '자연'으로 바꾸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잊고 살다가 문득 자연이 주는 소중함을 깨닫고 놀라서 몸서리치기도 한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 원초적 색감의 꽃들과 신선한 열매들. 우리는 자연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누리고 향유하기에 그 바쁜 와중에도 여행을 꿈꾸며 사는 것이다. 딱딱한 도시에서 부딪히며 깨어지고 상처받다가 모성처럼 출렁이는 자연 속에서 치유 받는 것이다.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삶 속에서 새롭고도 신기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자연을 향한 여행이다.

 

강영희 시인은 경북 울진의 자연 속에 살면서 자연에서 얻어진 글감들을 동시로 써서 이번에 여섯 번째 동시집 두만강 물소리를 출간했다. 자연 속에서 만나는 물, , 바위, , 꽃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동시집을 냈던 것이다. 인간의 축복 중에 하나가 바로 자연 속에서 나서 자연 속에서 자라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적어도 사회에서 한창 일할 나이에는 도시로 나가 바쁘게 일 한다고 하더라도 피아제(J. Piaget)의 인지발달이론에 의하면,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하는 11세까지는 시골에서 자라는 것이 축복이다.

 

필자는 성장기에 자기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사물, 사람, 사건의 여러 면에 집중이 형성되는 시기에 자연을 인식하면서 자란 사람의 정서를 '시골적 정서' 라 하고, 자연을 떠나 도시 속에서 자란 사람의 정서를 '도시적 정서'라 한다. 강영희 시인의 동시집 두만강 물소리를 읽으면서 자연의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들리고, 칡넝쿨, 고사리, 개망초꽃이 보이는 듯했다.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시인의 자아성찰을 통해 삶의 진리를 추구하고 있다.

 

'아무리 / 맑고 맑은 / 시냇물도 // 도도하게 / 흐르던 / 강물도 // 남모르게 간직한 / 부끄럼들 하나씩 / 지니고 있었나 봐 // 조잘대며 / 넘실대며 / 흘러가다가도 // 큰 바위를 만나면 / ~/ 돌아본다 // 몇 차례나 / 돌다가 / 다시 흘러간다' - 시냇물전문. 대부분 시집 첫 작품을 읽으면 그 시인의 작품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을 싣는 경우가 많은데 강영희 시인의 시냇물은 맑고 맑은 시냇물이 큰 바위를 만나 비~잉 돌아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서 남모르게 간직한 부끄럼을 떠올렸다. 살며 부끄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윤동주 시인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별을 노래하지 않았는가.

 

'어두움이 / 짙게 / 내리는 날 밤에는 // 두만강도 / 가슴이 두근거린다 // "찰부랑!" / "찰부랑!" // 탈북 소녀의 / 강물 헤집고 가는 소리 / 들켜버릴까 봐 // 두만강은 / 바람을 불러와서 // "출렁!" / "출렁!" // 강물 소리를 / 더 높여 놓는다' - 두만강 물소리전문. 통일시를 쓰는 필자의 가슴이 사무치는 작품이다. 탈북 소녀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두만강도 초조하여 바람을 불러 물소리를 "출렁!" / "출렁!" 높여서 탈북 소녀를 보호하고 있다. 의성어를 살려 시적 긴장감을 높였다. 탈북 소녀도, 두만강도, 시인도 긴장된 표정이 뚜렷하다. 필자도 표정이 굳었다.

 

'지금은 / 저수지에 잠겨버린 / 우리 고향 마을 // 뛰어놀던 / 논두렁길 / 밭두렁길 / 다 어딜 가고 / 보이질 않는다 // (중략) // 호수의 잔물결이 // 햇살을 안고 찰랑인다' - 저수지에 잠긴 고향 마을부분. 짧은 이 시를 읽으며 단양 친구의 고향 마을이 충주댐에 수몰된 곳을 갔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하염없이 햇살을 안고 찰랑이는 잔물결을 바라보며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강영희 시인이었나 돌아보게 했다. 문순태 작가의 소설 징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장성댐 건설로 4,800명의 고향 마을을 '호수의 잔물결' 속에 잠갔다.

 

'이 나라의 든든한 / 기둥이었는데 // 꼭 이 땅에 / 평화의 밭 / 가꾸어 놓을 일꾼이었는데 // (중략) // 온달장군을 잃은 / 아차산은 / 지금도 멍하니 / 한강을 굽어보고만 있다.' - 아차산부분. 아차산은 고구려의 온달 장군이 신라군이 쏜 화살을 맞고 전사한 곳이다. 평강공주와 온달 장군의 아련한 사랑이 눈물이 되어 흐르는 한강을 굽어만 보는 아차산의 풍경과 역사를 강영희 시인은 동시로 품어내고 있다.

 

강영희 시인의 동시를 읽다 보면, 첫째는 주제의식이 뚜렷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 자연을 단순히 감성적으로 나열하는 시가 아니라 대상이 주는 삶의 의미를 깨달아 표현하거나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시이다. 둘째는 동시가 단순한 사실묘사에 그칠 수 있는데 문학적 기법인 '비유, 상징, 반어, 역설, 풍자'를 살려 세련된 시어로 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년간 교직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며 교육적 메세지를 전해주고자 하는 의식이 작용하여 동시를 작품화 하는 데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강영희 시인은 시골적 정서를 안고 시인이 되어 자연과 더불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시를 쓰고 노래하는 서정시인, 동시인이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경북 울진 자연 속에서 자랐다. <아동문학평론><월간문학> 신인상 동시부문 당선으로 문단에 나와 해님이 숨겨둔 보석, 보리 팰 무렵, 키다리 미루나무등의 동시집을 썼고, 한글 및 점자 겸용 동시집 알밤 줍던 날, 음표들이 사는 마을등을 펴냈다. 새벗문학상, 영남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등 많은 문학상을 탔으며, 현재 영남아동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신호현 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