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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敎育樂書]꿈꾸는 시인, 꿈꾸는 기업가-김경자의 '아기 꽃망울의 꿈'

원 시 인 2023. 5. 3. 07:47

[원시인의 敎育樂書]  에듀프레시 기사로 보기  자연과 대화하는 강영희 시인(대구) 우리에겐 마술이 필요하다 강영희 시인(송파문협)

 

꿈꾸는 시인, 꿈꾸는 기업가

 

                            - 김경자의 '아기 꽃망울의 꿈'

 

    우리나라 출산율이 가임여성 비울 0.75명으로 세계 최하위다. 한강의 기적으로 지난 수십 년 간 나라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한 만큼 삶의 질적 수준도 매우 좋아졌다. 전후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서 2023년 현재는 3만불을 넘어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다. 경제가 좋아진 만큼 물가도 그만큼 올라 삶의 기본을 영위할 수 있는 취업, 주택, 육아 및 교육이 더 어려워졌다. 그러니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기도 힘들고, 힘들게 결혼했더라도 육아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려하고 있다.

    어린이는 가정 화목의 보배요, 나라의 기업이다. 어린이가 없는 가정은 사막 위를 걷는 일이고, 어린이가 없는 나라는 기업을 일구지 않으니 미래가 없는 것이다. 어느 미래 학자는 200년 후에 대한민국이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고 예측을 했다. 출산율 최하위의 결과다. 미래학자는 현재의 상황이나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200년 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꿈틀거리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모든 예측을 불허한다. 똑똑한 학자들이 다 안 된다고 할 때 그 때 비로소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단어가 '희망'이다. 그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이 시인이다. 시인은 절망 속에서도 노래한다. 죽어가면서도 삶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우리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가 코로나로 힘들었다. 전 세계인들이 마스크 속에서 힘들었고, 마스크도 없이 죽어간 사람도 많다. 전 세계적으로 대략 7억 명이 코로나에 걸렸고, 7백만 명이 사망했다. 지난 3년간 인류 대 재앙이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시인들은 시를 쓰고 희망을 노래했다. 김경자 시인은 2023년 새봄을 맞아 코로나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꿈, 새 희망으로 다시 달려보자는 의미에서 동시집  『아기 꽃망울의 꿈』을 세상에 출간했다.

   김 시인은 '사회가 메마른 이때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감수성 예민한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시를 쓰고 시집을 출간한 것이다. 지난 3년 간 코로나는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컸을까? 마음껏 세상을 꿈꿔야 하는 어린이들에게 '마스크를 써라',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마라' 했으니 어른들도 힘들었는데 어린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김 시인의 동시를 살펴보자.

 

  '가을산 / 화려한 무대 / 언뜻언뜻 / 영화를 찍는다 // 영화관에 / 알록달록 / 필름이 돌아가고 // 배우들이 / 출추다 떨어져 / 밟히고 찍히고 해도 // 영화 주인공은 / 단풍잎.' - 「가을산 영화관」 전문. 알록달록하게 단풍 든 가을산을 영화관에 비유했다. 노랑 빨강 화려한 무대 필름이 돌아가고 배우가 된 단풍잎들은 나뭇가지 끝에서 흔들흔들 춤을 추다 떨어진다. 시는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질 수 있는 이미지가 생명인데 김 시인은 영화관에 비유된 가을산의 아름다움을 시각적 이미지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예쁜 벚꽃 잎이 / 꽃비 되어 내리네 // 꽃잎 아플까 봐 / 맨발로 사알살 걸어요 // 내 발 아플까 봐 / 꽃신 신겨주는 꽃잎 // 누구에게나 딱 맞는 꽃신.' - 「꽃신」 전문. 김 시인은 인간이기 전에 이미 천사의 마음을 품고 살고 있다. 예쁜 벚꽃 꽃잎을 비에 비유했으니 시인이지만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밟으면 아플까 봐 맨발로 사알살 걷는 마음은 천사의 마음이다. 이미 꽃잎에 시인의 마음을 투사하였으며, 시적 허용을 사용하여 '살살'이라 표현하지 않고 '사알살'이라 표현함으로써 아픈 꽃잎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 게다가 꽃잎이 내 발바닥에 묻는 장면을 '내 발이 아플까 봐 / 꽃신 신겨주는 꽃잎'이라고 표현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인가. 누구에게나 딱 맞는 꽃신이란다.

   '어젯밤에 쳐들어온 / 불도저 같은 된서리 // 고추 밭도 밀고가고 / 호박 밭도 밀고가고 // 불도저 같은 놈 / 순한 척 착한 척 // 예쁜 거는 알아가지고 / 산모롱이 들국화는 / 그냥 두었다.' - 「된서리」 전문. 김 시인은 된서리가 내린 가을 들녘에 섰다. 고추밭 호박밭이 된서리를 맞아 다 시들었으니 마음이 매우 허망했을 것이다. 그러니 된서리를 '불도저 같은 놈'이라 표현했다. 그래도 산모롱이에 들국화가 노오랗게 피어 있는 모습에 위안을 받았다. 노오란 새 희망을 보는 듯 미소가 도는 시이다.

    '도라지 꽃밭에 / 숨참기 내기를 한다 // 입을 볼록볼록 다물고 / 누가누가 오래 참나 / 내기를 한다 // 어어 ~ / 숨막혀 죽을 것 같다 / 우리 다시 정하자. // 누가누가 잘 웃나 / 내기하자 // 웃음보 빵빵 터진다 / 하하 호호 / 아이고 시원하다 // 꼴지도 하하 호호 / 반짝반짝 / 별밭이 되었다.' - 「꼴찌도 하하」 전문. 이 시는 참으로 재미있는 시이다. 생동감이 넘치고 웃음기가 생글생글 도는 시이다. 도라지꽃이 밤새 별빛을 받아 별 모양 오각형으로 안에 공기를 가득 머금고 보랏빛 입을 다물고 있는 모양을 보고 '숨참기 내기'라고 표현했다. 잠시 후 꽃망울이 빵빵 터져 꽃이 활짝 피는 모습을 '잘 웃나 내기'에 비유했다. 꽃이 활짝 터지는 순서에 상관없이 마지막까지 별빛 모양으로 터지는 모습을 '별밭'이라 표현했다.

   

    김경자 시인은 분명 안경을 썼을 것이다. 보통 사람은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김 시인은 말 그대로 네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시인이다. 두 개는 사람의 눈이지만 두 개는 천사의 눈일 것이다. 김 시인은 가슴에 심장을 두 개 품고 살 것이다. X-ray 사진을 안 봐도 시를 읽으면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쿵쾅 쿵쾅 하나는 어른의 심장, 하나는 어린이의 심장이다. 어린이만 보면 눈이 커지고 달려가 안아주고 싶을 것이다. 어린이에게 새들의 소리를 번역해서 들려주고 싶을 것이고 꽃들의 표정을 재미있게 몸짓 발짓 이야기해 주고 싶을 것이다.

    김 시인은 경북 울진 출생이다. 울진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요즘 들어 울진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울진이 어떤 곳이기에 훌륭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하는지 궁금해졌다. 고려대 명예교수인 김명인 시인, 서울예대 명예교수인 김혜순 시인이 울진 출생이고, 짧은 문학 평론 기간 중에 평론한 동요 및 가곡을 150여 곡 작사한 전세중 시인, 영남아동문학회 회장인 강영희 시인이 울진 출생인 것을 알았는데 이번에 김경자 시인도 울진 출생이다.

   오늘 어린이 날에 비가 내려 하루 종일 집에서 동시를 읽었는데 마침 '온 가족이 함께 읽는 동시집'인 『아기 꽃망울의 꿈』을 읽게 되어 참 즐거운 하루였다. <청암문학>, <아동문학예술>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여 동시집 『은빛 물비늘』에 이어 두 번째 출간한 동시집이다. 평택아동문학회 회원이고, 한국아동문학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오늘의 작가상>, <한반도통일문학상>을 수상했으니 한국문단에 중견작가가 되었다. 어린이는 나라의 기업이니 아름다운 동시로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고 예쁘게 성장시키는 '꿈꾸는 시인, 꿈꾸는 기업가'이 되길 바란다.(신호현 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