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사 후기 성북교육지원청 문학영재반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시반 강사 신 호 현(원시인, 배화여중 교사)
이제 오랜 이별을 앞두고 너희에게 글을 띄운다. 우리가 스쳐가는 인연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글’이라는 공통된 소재가 매개체가 되었구나. 선생님은 요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에 참으로 신기함을 느낀단다. 마치 길을 가다가 일생에 처음 봤음직한 꽃을 만나듯 말이야. 어쩌면 꽃만 꽃이 아니라 피어나는 것들은 모두 꽃이라면 사람도 저마다의 꽃이라는 것을 느꼈단다. 그러기에 너희와의 만남도 내겐 설레었고 즐거움이었단다.
함께할 때는 서로에게 꽃이 되고, 선생님으로 학생으로 만나지만 헤어지고 나면 다시 만나기는 무척 어렵단다. 이전의 너희 선배들이 그랬고, 선생님들이 만났던 인연들이 그래왔단다. 그러기에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별이 되기에 이별은 정말 슬픈 것이란다.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정과 사랑을 다 주고 떠나는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순간이란다. 물론 돌아보면 언제나 부족함과 아쉬움만 남는 것이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말들이 횡행한단다. 누가 이랬다더라, 누가 저랬다더라 하고 떠들어대지만 그 말들을 다 기록해 보면 진실로 남는 것은 몇 줄로 압축되어지는 일들이 많단다. 그러니 많은 말들보다는 몇 줄의 글이 더 위대하고, 몇 줄의 글보다는 이미지 한 장이 더 중요하단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미지보다는 영상에 푹 빠져 혼을 빼고 사는 사람들이 많단다. ‘선생님 영상 보여주세요!’ 영상은 매체를 통해 의미(주제)를 전달하기에 ‘매체 언어’라고 하고 의사소통의 최고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단다. 수업 시간에 영상을 틀어주면 자던 아이들도 뒤집어지듯….
그러나 그 영상도 결국 스토리에서 시작된다면 말은 입에서 떠남과 동시에 달아나고 다시는 내 뇌리 속에 그대로 들어오기를 꺼리기에 우리는 살면서 떠오르는 숱한 생각들을 메모하면서 기록하지 않으면 작가가 될 수 없는 것이란다. 작가의 첫 단계는 메모라지. 그리고 그 메모를 시 형식에 맞게, 소설 형식에 맞게 재구성하는 능력이 두 번째 단계가 되는 것이란다. 중요한 것은 이 전에 없었던 새로운 생각을 포착해서 글로 바꾸는 능력이란다.
그래서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또 하나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단다. 이전에 흐름이나 사고를 뒤집어 새로운 흐름을 전개해야 독자는 오글거림의 감동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지. 쿠바의 체 게바라만이 혁명가가 아니요, 러시아의 레닌이나 중국의 쑨원만이 혁명가가 아니란다. 영적 감흥 즉 ‘영감’을 포착하여 글로 표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혁명가인 작가가 되는 것이란다. 우리네 선생님들은 지난 1년 동안 너희들과 함께 하면서 생각의 혁명가 표현의 혁명가가 되기를 꿈꾸었단다.
너희와 함께 하면서 너희가 낯설고 떨렸듯 선생님들도 낯설고 떨렸단다. 하지만 우리네 선생님들은 낯설음과 떨림에 익숙하여 견딜 수 있었고 옹달샘 같은 너희들의 초롱한 눈빛에서 생각의 대어들을 낚아 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단다. 토요일만 되면 너희를 만난다는 것이 기쁨이었고 보람이었단다. 너희를 가르친다기 보다 너희와 나누는 사랑과 추억이었단다.
특히, 지난 7월 27~28일 1박 2일로 충남 공주 풀꽃박물관 및 부여 신동엽문학관에서 함께한 여름방학캠프는 잊을 수가 없구나. 성북강북교육지원청 협력학교인 석관중학교에서 문학영재 38명과 영재원 강사 7명이 함께 출발하여 2시간쯤 공주로 달려가 '풀꽃'으로 널리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풀꽃문학관"을 방문하였지.
풀꽃문학관에서는 나태주 시인이 삼베옷을 곱게 차려입으시고 우리 문학영재들을 기쁘게 맞이해 주셨었지.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悅乎아"라는 논어의 첫 구절로 인사를 하시면서 문학 강좌를 열어 주셨던 나태주 시인의 열정과 혼이 담긴 문학강연을 통해 문학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단다. 나태주 시인은 너희들에게 “첫째, 시간을 함부로 쓰지 말라. 둘째, 끊임없이 기록으로 남겨라. 셋째, 學보다는 習하라.” 라고 강조해 주셨단다.
이어 곰골식당에서 생선구이에 식사를 하고 부소산성을 탐방하였지. 부소산성은 백제의 유적이 가장 많이 남겨 있는 곳으로 특히 삼충사(성충, 홍수, 계백의 영정을 모신 곳)와 낙화암(백제 마지막왕인 의자왕의 궁녀들이 떨어져 죽은 곳)에서는 짜릿한 전율을 전해주었지. 부여군 문화관광 해설사이신 나정하 선생님의 땀 흘리는 열강을 잊을 수 없는 감사로 남겨야겠지.
저녁식사 후 문예창작영재캠프 개강식(오대석 원장)을 하고, 이어 김재천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창작실기대회(산출물대회)와 산출물 발표회 작품 감상 및 상호 평가의 시간을 가졌지.
이튿날(28일)에는 삼정유스호스텔에서 아침을 먹고 조별 창작활동으로 '문화신문 제작'을 했단다. 기억나니? 너희들이 이번 캠프에서 배우게 되는 나태주 시인과 신동엽 시인을 중심으로 자료를 찾아 시, 소설, 기사문, 평론 등 다양한 글을 쓰고 신문을 디자인하는 시간이었지. 너희들은 갖가지 창의력을 발휘하여 입체적으로 만들고 꾸며서 아주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지. 멋진 감동이었단다.
11시쯤 숙소에서 출발하여 부여가 낳은 대표적인 민족시인 신동엽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을 방문했다지. 중앙대 교수이신 김형수 선생님의 해설로 값진 체험이 된 시간이었단다. 신동엽 시인의 시를 깃발처럼 표현한 조형물과 '산에 언덕에'를 상징한 기념관 건물이 매우 인상적이었단다. 점심은 롯데아울렛 엘레나(너무 멋졌어! 와우!)에서 뷔페식으로 배불리 먹고 버스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광대한 아름다움의 궁남지에서 연꽃 구경을 하고 서울로 올라왔었지.
왜 선생님은 지난 일들을 떠올리면 눈물이 나지? 늙어가려나. 왜 있잖아! 나이가 어려도 자주 울고 늙어도 서러워서 울고 그런다잖아.ㅎㅎ 슬픈 것을 보아도 눈물,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눈물, 안타까운 것만 보아도 눈물…. 너희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만 생각해도 눈물이구나. 더구나 너희가 끊임없이 메모하고 기록하여 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고독의 산출물을 통해 각종 문학상을 타고 노벨문학상을 타는 날에 어느 시골 촌구석에서 흐릿한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겠지. 어쩌면 너희 기다리기 힘들어 우리네 선생님들 중에 한 분이 먼저 타올지도 모르겠다.
애들아! 우리 이번 2016 성북강북문학영재원을 열어주신 교육장님과 장학사님들께 감사드리자. 그리고 아름다운 학교, 잊지 못할 학교 석관중학교 교장님과 꽃별희 선생님께도, 그리고 12년 전부터 문학영재원을 만들어 전통을 이어오신 오대석 원장님과 김재천, 황금주 선생님 이하 너희들을 아낌없이 지도해 주신 모든 강사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리자. 마지막으로 너희를 매주 차에 태워 오신 부모님들께는 안마나 뽀뽀라도 해드리렴. 그럼 문학영재 너희들아! 영원히 행복하렴. 파이팅! 사랑해!!(2016.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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