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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현의 칼럼]교권 회복은 교육의 거리에 있다

원 시 인 2023. 9. 12. 05:49

[신호현의 칼럼]

 

교권 회복은 '교육의 거리'에 있다

 

    교권 회복은 '교육의 거리'에 있다고 해서 교사들이 거리로 달려 나가는 것이 아니다. 교권이 무너지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도발하는 데엔 '학생인권조례, 아동학대법'의 문제가 단초를 제공했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 문제를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OECD 교육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여러 가지 탈것들을 만들어 달리고 날고 있는데 한국 교육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교사들만 죽이고 있으니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OECD 교육 및 기술국장 안드레아 슐라이허는 '한국은 국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수학, 과학, 언어과목의 학업 성취도는 언제나 아주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학생들의 행복, 메타인지 능력, 주도력, 주체성 면에서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보인다.'(KBS 다큐 20210820 방송)고 했다. 숲 속에 있으면 숲을 볼 수 없듯이 멀리 떨어진 그가 한국 교육의 맥을 바로 짚고 있다.

    다시 쉽게 정리하여 말하면, 한국 교육은 국, 영, 수, 사, 과 중심의 지식교육은 잘 되고 있으나 학생들의 행복, 상황인지 능력, 주도력, 주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뭐, 떨어지는 능력이 그뿐이겠는가. 자존감도 떨어지고, 도전력, 배려심, 협력성도 떨어지고 있다. 그러니 청소년 자살률이 2020년 인구 10만 명당 23.5명으로 OECD 평균 10.9명보다 훨씬 높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1위를 다투고 있는 핀란드도 1990년 인구 10만 명당 30명으로 1위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2020년 12.9명으로 떨어졌다.

 

    필자는 교육공학을 공부하고 '서울형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교육기획가 인력풀'로 활동하면서 교육 공간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크게 깨달은 바, 교사와 학생 간에 '교육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옛날 대가족제도하에서 한 집에서 부딪는 가족 간의 거리가 짧아 부모형제 간에 아옹다옹 상황인지 능력, 주도력, 주체성, 도전력, 배려심, 협력성이 길러졌는데 요즘 형제도 없고 집도 커져서 각자 방을 쓰다 보니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학교에서도 예전에 70명까지 쓰던 교실을 20-30명의 학생들이 쓰고 있다.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수 기준을 28명이지만 OECD 상위 3분의 1 국가 기준인 초등 19.2명, 중등 20.9명에 맞추려면 교사 6만 6607명을 더 뽑아야 한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교사 신규채용을 28% 감축한다니 우리나라 교사들이 더 열악한 상황에서 교육효과를 극대화하려니 과도한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교실 내 학생과 교사의 물리적 거리는 똑같은데 학생수 감축 대비 신규 교사 감축은 교원 정책을 잘못 이끌어 가는 것이다.

    정책은 앞서가야 하는데 OECD 기준보다 훨씬 뒤쳐지니 교사 스트레스를 키우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새로 신축하는 교실에서 1) 좁은 공간에서 넓은 공간 2) 어두운 공간에서 밝은 조명 3) 각진 모양에서 둥근 모양 4) 딱딱함에서 부드러움 5) 저렴한 책걸상에서 고급진 책걸상 6) 버려진 공간에서 자투리 공간 활용 등 많은 변화를 발견했다. 한 마디로 하면, '감옥 같은 교실에서 카페 같은 교실'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학생수 급감, 신규교사 정원 감축, 오래된 학교를 그린스마트 교실로의 변화, 학부모들의 민원 요구 증가, 교사들의 스트레스 과중으로 자살 등 교육의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다. OECD 교육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여 비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신규교사 정원을 감축하고 학급당 학급수 28명을 고집하고 있으니 답답한 현실이다. 앞서가는 방법은 하나 거대한 톱으로 썩은 나무를 베어내듯 교실을 반으로 잘라 학급당 학생수를 8-12명으로 '교육의 물리적 거리'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교육의 물리적 거리를 절반으로 줄이고 교실을 카페처럼 리모델링하면, 위에서 안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의 총체적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30년 전 대학에서 교육방법론 강의를 들을 때, 강의식 수업에서 협력수업으로, 획일적 수업에서 일대일 수준별 맞춤 수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교실은 강의식 수업을 획일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교육의 물리적 거리를 반으로 줄이면 교사들의 교육방법도 다양하게 변화할 것이다. 선진국 교육 영상을 살펴보라. 이미 선진국은 10명 내외 수업을 하고 있다. 결코 앞서가는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18일 서이초 사건으로 교사들의 자살이 가시화 되어 가슴이 미어진다. 지난 5년 간 100명의 교사들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최근에도 교사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타 직종에 비해 교사 자살률이 저조했으니 최근 들어 높아지는 이유가 뭘까. 많은 학자들은 '학생인권조례, 아동학대법'으로 인해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이 교사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보고 교육 당국도 그런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발표하고 학교현장은 이에 맞춰 학생지도규정을 수정하고 있다. 여기엔 교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사건이 발생하면 불리 대처하는 방안은 있으나 문제 학생이나 학부모를 처벌하는 대책은 없다.

    교원지위법에서는 문제 학생 학부모를 처벌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아동학대법은 2014년 부모의 아동학대로 사망하자 만든 법이 학교현장 교사들에게 적용되어 또다른 문제를 파생했듯 법 대 법은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물론 필자도 학생, 학부모의 과도한 도발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미 제기한 상태(8.9 칼럼)이다.

    노화된 학교에서 그린스마트 교실을 꿈꾸며 작금의 교육의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해결하려거든 '교육의 거리'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교사들은 카페 같은 교실에서, 그린스마트한 환경에서 4명씩 2모둠 또는 3모둠 구성하는 협동학습을 할 것이다. 교실과 교실 사이에 잉여 공간은 쉼터교실로 새롭게 단장하여 물과 차도 마시며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학생수는 감축되어도 신규교사는 늘어나는 신나는 학교, 즐거운 교실에서 선생님과 학생은 스마트 모니터 속 100년을 내다보며 공부하게 될 것이다.(신호현 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