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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교육과정을 생각한다

원 시 인 2010. 3. 16. 21:41

 

12월에 교육과정을 생각한다



  벌써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12월의 마지막 남은 달력이 마치 서리맞은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흔들 매달려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제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한 해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계획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기에는 아직 마음에 여유가 없다.

  학교는 이제 기말고사를 치루고 합창경연대회(우리 학교에선 5월에 하던 합창대회를 지친 아이들 노래로 이끌어 보자고 12월 기말고사 이후로 옮겼다.)를 하고 생활기록부를 정리하고 여러 회의를 통해 한 해를 돌아보면서 내년을 계획하는 시간이 되겠지. 그렇게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선생님들은 스스로의 힘겹게 보낸 1년을 정리할 여유도 없이 새롭게 새해를 맞이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12월을 좀 일찍 마무리하고 방학을 통해 쉬면서 그동안 감사한 분들께 카드도 보내고 같이 힘겹게 일을 나눈 동료들과 식사를 하며 격려할 여유도 없는 것이 안타깝다. 2월 방학을 없애고 12월에 더 수업을 하는 것이 힘든 선생님들이나 지친 학생들에게 별로 유익하지 못하다. 오히려 12월에는 기말고사만 치루고 일찍 마무리하며 쉬고 생활기록부는 2월에 오전수업을 하면서 정리하던 때가 그립다.

  선생님들에겐 11월이 얼마나 지치고 힘들 달인지 선생님들만 안다. 몸속에 가지고 있던 지병이거나 약한 것들이 뚫고 활동하며 지친 선생님들을 괴롭히는 시기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1학기 통틀기보다는 11월에 병원 가는 숫자가 훨씬 많다. 그렇다면 기말고사 끝났다고 분위기 흐트러진 아이들을 데리고 생활기록부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12월은 마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차라리 2월 방학을 없앨 것이라면 12월은 예전처럼 중순에 방학을 하고 2월 15일에 개학을 하는 것이 어떤가 생각해 본다. 여기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첫째, 기온에 따른 연료비 절감도 그렇고 둘째, 지친 선생님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다. 2월 15일 이후는 꽃샘추위가 있지만 비교적 12월보다는 따뜻한 것을 볼 수 있다. 셋째, 흐트러진 학생들의 분위기를 다독거리며 끌고 가는 12월은 1년 동안 쌓았던 정을 서로 무너트리는 기간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춥다고 웅크리고 잠자고 지각 결석하며 불평불만하고 선생님들은 그런 아이들을 지도하느라 진을 빼는 힘든 시기의 연속이다.

  물론 이런 학제 개편은 교육부에서 정책적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할 문제이지만 이에 대한 현장 연구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 교육을 이끌어가는 교육학자들의 잘못된 연구와 정책이 현장에선 얼마나 힘들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기간인지 그들은 모른다. 방학 동안 연수와 휴식으로 재충전된 2월을 15일 앞당겨 개학을 한다면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힘이 넘치고 즐거울 것이다.

  아니면 이 기회에 서양 여러 나라처럼 9월 학제로 바뀌어 이제 일반화된 유학생들이 잠시 몇 년 유학을 하면서 6개월 혹은 1년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아마 이 정도의 변화는 교육부만의 정책으로도 힘들 것이다 대통령의 교육적 안목과 소견으로 온 나라 교육의 틀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고 2010년에 8차 교육과정을 실시하며 교과서도 개편할 예정이다. 교육과정을 생각하면서 교육의 큰 틀을 한번 고려해 봐야 할 시기이다. 이대로가 좋을지 보다 새롭고 신선한 교육 개편으로 교실 속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을 춤추게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