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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인가

원 시 인 2010. 3. 28. 23:43

 

                      문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발생하기 시작한 문학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이 던져왔던 질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이렇다할 명쾌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문학이 갖는 특성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문학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도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문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생을 이해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해답이 없이도 인생을 살아가며, 그 살아온 삶의 과정을 통해 나름대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럴듯한 정의를 내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충분히 인생을 즐기기도 하고 인생의 가치를 논하기도 한다. 
   문학도 이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역시 명쾌한 해답이 없이도 나름대로의 문학관을 통해 문학을 정의하며, 문학을 창작하고 문학작품을 향유하며 그 가치, 기능, 존재 양식 등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마디로 말하라면 ‘문학은 곧 인생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다. 문학은 인간의 삶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했으며, 문학이 허구에 의한 창작활동이지만 그 기저에는 인생의 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문학과 인생은 어떠한 유사점을 갖고 있는가 살펴보기로 하자. 그 유사점을 밝혀봄으로써 문학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윤곽을 그려나갈 수 있다. 
   문학의 장르는 문학의 발생 이래 여러 모양으로 변화 발전하여 오늘날에는 크게 5대 장르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문학의 5대 장르를 인생에 비교해 보면 문학이 인생의 반영이며 문학의 장르와 인생이 이렇게도 비교될 수 있음에 감탄할 것이다. 물론 생각에 따라서는 억측이라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문학의 장르와 인생의 흐름의 비교라 할 수 있다. 
   문학의 5대 장르는 시, 희곡, 소설, 수필, 평론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문학의 장르는 시대에 따라 변해 왔듯이 앞으로도 변하겠지만 현시대에서는 가장 정제된 모습이며 문학이 인생의 반영이라면 이러한 문학의 장르가 인생과는 어떻게 비교되는가를 고찰하는 것은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밝히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인생을 부여받은 0세부터 사랑의 감정을 가지기까지는 대체로 문학의 습작기라 할 수 있다. 인생의 걸음마를 배우고, 언어를 배우고, 삶의 기초 지식을 터득하는 일은 문학의 언어를 터득하고 나름대로 미완성의 작품을 만들어보기도 하는 습작기라 할 수 있다. 이 때에는 숱하게 넘어지기도 하고 도막난 언어를 사용하여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10대가 되면서 비로소 사랑을 알게 되면 시를 쓰게 된다. 시가 가지는 특성은 함축성이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를 보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숱한 불면의 밤을 보내지만 정작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엉뚱한 듯한 한마디를 내뱉고 돌아서는 그래서 가슴 속 진실의 말을 다하지 못하는 마음은 마치 시가 가지는 특성과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하면 시를 쓰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시가 가장 와닿는 문학 장르로 대두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느낌은 다소 사람들 개인의 특성이나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개 20대에까지 이른다고 할 수 있다. 
   20대에 이르러 사랑에 빠진 인생을 보면 사랑에 폭 빠져서 정열적인 사랑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번 사랑에 빠지면 본인은 물론 누구도 그 사랑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그건 마치 희곡을 연상하게 한다. 희곡의 배우들은 한 번 배역이 선택되어지면 연출자가 ‘그만!’을 선언하지 않는 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자기 배역에 빠져버린다. 어쩌면 과격한 행동과 거친 정열이 희곡의 매력이라 할 정도로 사랑에 빠져 때론 과격하고 때론 부드러워져 마침내 결혼에 이르는 삶의 모습이 20대에 시작하여 30대에까지 나타남을 볼 수 있다. 
   30대에 이르러 사랑의 결정이 결혼에 이르러 한동안 희곡과 같은 삶의 환희가 이어지다가 그 격정이 식어지는가 싶으면 그들은 마침내 소설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설은 그 문장 하나 하나가 그다지 강렬하지도 않고 함축적이지도 못하다. 문장이 밋밋하기도 하며 지루하여 권태롭기까지 한다. 그건 마치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에 다시 만나 일상을 보내는 그다지 큰 설레임도 큰 기쁨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가 때로 큰 사건을 만나 전환되기도 하고 더러는 위기와 절정을 만나 카타르시스를 맛보기도 한다. 그 거대한 소설의 구조는 결국 거대한 만큼의 감동을 주듯이 그 거대한 사랑의 구조가 거대한 인생의 감동을 주는 삶이 40대 또는 50대에까지 이른다. 
   50대에 이르면 인생의 황혼을 느끼며 서서히 인생을 돌이켜 아름다움을 되새김한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며, 젊음의 첫사랑을 떠올리기도 하며, 나름대로 인생을 정의해보기도 한다. 그 곳엔 잔잔한 웃음이 있고 삶의 재치가 흐르기도 한다. 이 얘기 저 얘기하다 보면 별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며, 자신의 인생이 묻어 나온다. 인생을 되돌아 자기만의 이야깃거리가 다양하며 인생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아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인생은 곧 수필과 같은 인생이다. 
   60대는 비로소 인생을 말할 수 있다. 한 가지를 놓고 이야기 하나 전체를 말하기도 하며 전체를 하나의 줄기로 말할 수도 있다. 힘이 없으나 정곡을 찌르는 말은 상대를 제압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자세하게 때로는 요약해서 이야기한다. 자신의 체험과 못다한 이상이 어울려 새로운 인생을 말하며, 이기심도 편견의 말도 없이 공평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생을 우리는 평론의 인생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삶은 70대 내지 80대까지 이르기도 하나 갈수록 아집에 빠질 우려가 있다. 
   물론 인생은 하나의 흐름이다. 이것을 10년 또는 20년 씩 끊어서 그 특성을 살펴 문학의 특성과 연결지어 보았으나, 꼭 이와 같이 구별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40대, 50대에도 10대, 20대보다도 더 정열적인 사랑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기도 한다. 나이와 관계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말한 것이다. 단지 보편적인 인생의 흐름을 비교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문학이란 인생이다’라는 대답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문학과 인생은 같지는 않다. 인생은 실제의 이야기이고 문학은 실제의 삶과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허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생이 문학이 아닌 다른 예술, 예를 들어 음악이나 미술로도 반영되는 것에 비교하여 문학의 반영을 따진다면 문학보다 인생이 상위개념일 수 있지만 그래도 문학과 인생은 그 공유하는 바가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