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自殺)은 타살(他殺)이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주인공 '샘'의 친한 친구 '칼'이 저주를 받아 죽고 악마에게 끌려가는 장면을 기억한다. 칼이 죽고 영혼이 분리되자 어둠 저편에서 악마가 무서운 소리와 함께 칼을 지옥으로 끌고 간다. 한 편의 영화지만 '샘'과 '몰리'의 사랑보다는 삶과 죽음 후에 천국과 지옥에 대한 생생한 장면이 기억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가장 힘들 때가 있다. 내가 처한 상황을 그 누구도 몰라 준다. 진실이 아니라고 내가 아무리 항변을 해도 상황은 내게 더욱 불리해진다. 정말 외롭고 정말 죽고 싶도록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 때에 많은 사람들은 피해의식에 빠져 '왜 나만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빠져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죽어버릴까.'하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괴롭고 마치 저주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럴 때 가만히 있어도 분노하고 있으나 겉으로는 아무 것도 표현할 수 없어서 바보같이 보인다. 나와 상관없는 주변 사람(특히 네티즌)들은 그것을 즐기고 그래서 더욱 피해의식은 커져만 간다. 그럴 때 한 번 소리라도 지르고 그들을 웃음으로 대꾸하고 싶지만 그러면 그를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움츠러들고 더욱 왕따를 당한다.
그 때에 그들은 또한 악몽에 시달린다. 밤마다 누군가 그를 잡으러 쫓아다닌다. 깨어 있어도 괴롭고 잠을 자도 악몽에 시달린다. 어느 날 꿈에는 그 악마들이 아파트 문을 열고 달려들 것이고 그럴 때면 벌떡 일어나 그 악마들을 피해 달아날 것이다. 안방에서 거실로 그러다 화장실을 통해 간신히 현관문을 열고 달아나면 양쪽 통로에서 그를 옥죄어 올 것이다. 앞으로도 뒤로도 달아날 수가 없다. 옆은 수십미터 난간이다. 악마들은 다가오고 그는 어쩔 수 없이 난간으로 뛰어 내린다.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좀 알 것 같다. 서투른 정보의 말이나 글로 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들은 모른다. 그들은 단지 그들이 보고 느낀 것을 말하고 웃음거리로 여길 뿐이다. 그들도 외롭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주목을 받고 싶을 뿐이다. 외로운 사람들이 더욱 남을 외롭게 왕따시키기를 잘 한다. 본인들은 특별히 상처를 주려고 하는 말도 아니다. 그냥 관심이 가고 재미도 있었을 뿐이다. 가끔 편들어 주고 싶었지만 편들어 주면 자신이 왕따당할 것이기에 참는다. 왕따당하는 이를 위로하며 같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오해를 받을 것이기에 피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당하는 사람에겐 무기가 된다. 혼자 남겨진 그에겐 모두가 피하는 것처럼 느껴져 적이 되고 원수가 된다. 그건 사람들에게 세 가지 유형으로 대처한다. 첫째, 인내심이 강하고 의지력이 강한 사람은 그래도 참고 이겨낸다. 세월이 물처럼 흐르면 상처는 남지만 그래도 잊어가며 아무일 없던 것처럼 다시 어울린다. 둘째는 피해의식을 겉으로 발산하여 그들을 모두 죽이고 같이 나도 죽는 최후를 선택한다. 그리고 셋째는 스스로 죽는다. 그것을 우리는 쉽게 자살이라고 한다.
학창시절에 왕따를 경험한 사람이 40% 정도이고 직장에서 왕따 경험은 25%나 된다고 한다. 대부분 첫째의 경우처럼 잘 극복해 나간다. 그러나 가끔 군대 내에서 왕따 문제로 내무반 전원을 죽이고 자신도 죽는 사례를 본다. 그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 있기 때문이다. 왕따의 심리가 겉으로 표출되는 현상이다. 셋째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의 질타가 나에게 쏟아진다고 느끼거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죽는다
그렇다면 스스로 죽는 자살의 경우도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저명한 경제인이 건물 12층에서 떨어져 죽었다면 그를 직접적으로 떠민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그를 떠밀었다는 것이다. 유명한 연예인이 손목에 칼을 그었다면, 연탄불을 차에 피웠다면, 욕실에서 목을 매었다면 그를 죽게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무지한 우리가 볼 때에는 우울증에 사달렸기 때문이었거나 사채에 대한 압박감이었다지만 죽어가는 그의 눈에는 여러 악마가 다가와 12층 창밖으로 밀어 떨어뜨린 것이고, 그의 눈에는 차문을 열어 연탄불을 피운 것이며, 그의 눈에는 욕실에 밀어부쳐 압박 붕대로 목을 맨 것이다. 다만 그는 그 순간에 악마에게 사로잡혀 꼼짝할 수가 없었던 것이고 그래서 죽어간 것이다.
죽어가려는 그에게 누군가 다가가 "사랑해"라는 말을 한 마디 던지거나 기도를 해 준다면 악마들은 그의 주변에서 물러날 것이다. 그리고는 또다시 흔들릴 기회를 노려 죽이려 할 것이지만 끊임없는 사랑으로 삶을 회복할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사랑과 기도는 많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힘이 될 것이다. 무관심과 저주의 말이 그를 죽이는 악마의 힘인 것을 왕따시키는 이들은 모른다.
아울러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술을 먹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술은 악마가 혼자 일을 저지르지 못할 때 대신 유혹하기 위해 보낸 일종의 마약이다. 정상인도 술을 마시면 괴상한 행동을 보이는데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술은 쥐약이다. 또한 현대인들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악마는 혼자 있는 사람을 유혹하는 것이 아주 쉽다. 같이 있어도 서로의 진실을 털어놓지 못하면 혼자 있는 것과 같다.
어느 누가 뭐래도 '자살(自殺)은 타살(他殺)이다.' 누가 특별히 죽인 것이 아니기에 책임이 없다지만 대중이 모두 그를 죽이는 다대일의 살인이 자살이다. 누군가 곁에서 자살했다면 아마 내가 죽인 것이 아닌가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http://forum.chosun.com/bbs.message.view.screen?bbs_id=106100&message_id=399587¤t_sequence=zzzzz~&
start_sequence=zzzzz~&start_page=1¤t_page=1&direction=
1&list_ui_type=0&search_field=1&search_word=&search_limit=all&sort
_field=0&classified_value=
왕따의 노래
- 비방 -
비방은
때리는 것 아닌데
때리는 것보다 아프고
솜털보다 가벼운
한 마디 말인데
쇠보다 무겁고
둥글둥글
혀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창끝보다 더 날카롭네
아프고
무겁고
콕콕 찌르는 것이
암에 걸린 듯
죽을 병 같구나
'원시인세상 >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이란 무엇인가 (0) | 2010.03.28 |
---|---|
배화, 작지만 큰 학교 (0) | 2010.03.28 |
동방예의지국 우리나라의 존대어 (0) | 2010.03.28 |
학력 경쟁 정책으로 가는 학교를 보며 (0) | 2010.03.28 |
방학을 당겨야 한다. (0) | 2010.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