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가출 콘서트(詩신호현)

[통일시]

 

가출 콘서트

 

 

우리 학교 중2 여학생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커다란 마이크에 대고

가출 콘서트 한다

 

엄마는 왜 그래

옆집 오빠는 친절하고

맛있는 요리 많이 사주고

푹신한 침대에 재워주는데

 

엄마는 왜 그래

맨날 김치찌개에

하이얀 쌀밥만 주고

공부하라 잔소리만 하고

 

전 옆집 오빠 좋아요

머리 짧게 올린 모습

부잣집 아들 퉁퉁한 몸매

내 가슴 속 영원한 남자

 

옆집 종들이 굶주리는지

원망소리 난 듣지 못했어요

내가 사모하는 건 옆집 오빠

그 오빠가 품어주시는 은혜뿐

 

더 이상 내게

미래 말하지 말아요

엄마의 잔소리 지긋해요

난 이미 가출했거들랑요

 

詩 신 호 현

 

그림출처 : http://tv.ichannela.com/enter/concert/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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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말

 

이 땅의 선생으로서 널 어찌 가르쳐야 하니.

회초리 들어 따끔하게 때려줄 수 없는 요즘

너의 무례함에 난 스승으로 가슴이 아프구나.

널 잘못 가르친 나의 잘못으로 눈물이 흐른다.

 

너는 엄마의 사랑을 잊었구나.

널 위해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널 위해 맛있는 김치찌개 끓이시는 엄마.

네가 공부 잘해서 너의 꿈 펼치길 기도하시는데….

 

널 낳고 키운 너의 근본이 옆집이더냐.

옆집에서 네 기저귀를 갈아준 적 있더냐.

네 입맛에 맞는 고기 몇 조각 달콤한 미소

네 외로움 달래준 잠자리가 그리 좋았더냐.

 

네가 그 남자랑 결혼해서 살면

부자처럼 공주처럼 영원히 살겠더냐.

그 남자의 바람기에 네가 순간 넘어갔듯

그 남자의 바람기에 너를 순간 버리리라.

 

비록 힘들게 너를 먹여 살리더라도

정작 네가 추구하는 세상보다 나으리니

처참히 버려진 후에 깨달아 통곡하지 말고

너의 사랑 너의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거라.

 

광화문 한복판에서 내려오라. 아이야!

그 곳은 민족의 자랑스런 역사가 흐르는 곳

죽음 각오한 자유의 외침이 붉게 들리던 곳

가출한 네가 웃으며 콘서트할 곳이 아니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