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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감상문]국제시장, 공감의 문을 열다(글-신호현)

원 시 인 2015. 1. 10. 00:28

[영화 국제시장 감상문]

국제시장, 공감의 문을 열다

 

   같은 세대에 살면서 함께 나누고 함께 이해하며 함께 어우러져야 행복할 수 있다. 가족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가. 가정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히고 마찰이 생기지만 그러면서 함께 나누고 이해하며 어우러지는 정신적 물리적 공간이기에 좋은 것이 아닌가? 그 곳에서 한께 자란 형제는 물론 부모님이 얼마나 소중한가. 물론 그 공간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히고 마찰이 생기는데 함께 나누고 함께 이해하며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그 무엇이 없다면 가족도 때론 원수처럼 지내게 된다.

   친구가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 같은 동네에서, 같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체험하면서 함께 나누고 이해하며 어우러지는 대상이 친구 아닌가. 함께 밥을 나눠 먹고, 함께 달리며, 함께 고민을 이야기하고, 함께 인생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좋다는 이도 있고, 자신의 인생에 깨우침을 준 선생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다.

   어디 가족과 친구만 있겠는가. 생전 남으로 살아왔다가도 우연한 기회에 함께 여행을 하거나 함께 숙식을 하면서 며칠을 보내면 그 짧은 공감의 시간을 통해서도 금방 친구가 되고 서로 만나고 싶은 사이가 된다. 여행은 적잖은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하여 혼자 판단하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때 친구를 필요로 하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만남 친구는 짧은 기간이라도 오랜 추억에 남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어쩌면 먼 여행이다. 이런 여행의 시간 속에서 함께 만난 '우리'는 함께 나누고 이해하며 어우러지는 공감의 문이 많을수록 행복하다. 나만 잘 산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고 나와 함께 하는 이웃, 나와 함께 하는 친구가 더블어 행복해야 진정한 행복이 된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함께 나누지 못한 공간이 있고, 함께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이 있고, 함께 어우러지지 못한 시간이 있다. 그래서 오해하고, 그래서 갈등하고, 그래서 시기하면서 불행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나 문학, 음악, 미술, 춤, 조각 등의 예술은 무한한 상상을 통해 우리가 함께 나누지 못한 공간에 대한, 함께 이해하지 못한 생각에 대한, 함께 어우러지지 못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조선시대에 살지 않았지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한 편을 보면서 그 시대의 삶에 대해 함께 나누고, 함께 하해하며, 함께 어우러져 공감할 수 있는 것이며, 문학작품을 통해 공간과 생각과 시간을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영화 [국제시장] 자칫 우리가 한 나라에 살면서 함께 나누지 못하고, 함께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 어우러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공감의 문을 열어 준 영화였다. 가정이라는 같은  공간에 살아온 아버지와 나는 함께 나누고, 함께 이해하고, 함께 어우러지면서 살아도 그동안 함께 나누지 못하고, 함께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 어우러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나'가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가 무한히 함께 나누며, 함께 이해하며, 함께 어우러지려 노력해 주었지만 어느샌가 '나'가 커가면서 독립을 생각하면서 함께 나누지 못하고, 함께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 어우러지지 못한 것들이 많아지게 된다. 어쩌면 윤제균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공감하지 못한 공간과 생각과 시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가졌을 것이다. '나'가 아버지가 되면서 '아버지'에 대한 공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고, 그 결핍에 대한 보상으로 영화 [국제시장]을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 젊은 세대들은 우리나라가 근대화를 겪으면서 '아버지' 세대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6.25라는 전쟁과 파독 광부와 간호사, 그리고 월남전을 거치면서 경제 발전을 위해 희생했던 모습을 공감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전쟁과 처절한 가난을 경험하지 못한 '나'의 우리 세대들은 그런 것들을 가슴에 안고 살아온 '아버지' 세대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의무감을 느겼을 것이다. 그것은 많은 '아버지'들이 전쟁과 처절했던 가난 속에서도 '나'를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에 대한 보상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영화 [국제시장]은 '나'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이고,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버지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한동안 멍한 기분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분노의 눈물도, 슬픔의 눈물도, 감동의 눈물도 아니다. 그냥 영화를 보면서 영화 내내 흐르는 눈물, 그것은 감동이라기보다는  그냥 '공감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내가 직접 6.25를 겪지 않았아도 주인공 덕수가 흥남철수에서 동생을 읽고 아버지와 헤어지는 장면에서 감동이라기보다는 공감을 하면서 눈물이 났고, 덕수가 파독 광부가 되어 죽을 위기에서 구조되는 장면에서 공감을 했고, 월남전에서 폭탄을 맞고 총탄을 맞는 과정에서 공감을 했고, 이산가족 찾기에서 어렵게 동생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공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거기에는 정치도 없고, 좌우익도 없다. 그래서 편안히 영화를 볼 수 있었고, 편안히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그리고나서 누군가 '왜 울었냐'고 물으면 뭐라 대답할 이유거리가 없다. 거기에 정치가 있고 좌우익이 있었다면 민혁당 사건도 담아야 하고, 민주화를 위한 시위장면도 담아야 했고, 더 나아가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이나 끊임없이 대립되는 여당과 야당의 이야기를 담았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영화를 봤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그저 잊고 지냈던 가족을 떠올렸다.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를 떠올렸고, 고생만 하시다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다. 가족을 위해 알게모르게 헌신하는 형님과 형수님을 떠올렸고, 형제들을 떠올렸다. 덕수가 형제와 가족들을 위해 스스로의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희생하면서 살아내었듯 내가 가족으로서 못다한 책임을 떠올렸다. 덕수가 '아버지가 없는 지금부터 네가 가장이니 네가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아버지의 당부를 끝까지 기억하면서 약속을 지키듯 나는 아버지의 당부를 져버리지 않았나 돌아보게 했다.

   윤제균 감독이 영화 감독으로서 아버지께 드리는 영화를 만들었다면 나는 이제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께 드릴 무엇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다. 아버지가 들려준 6.25이야기와 파독 광부시절 이야기, 그리고  월남전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져 그 시절 그 사건을 체험하지 못한 나에게 눈물로 공감이 되었던 것이다. 그 사건들을 직적 체험하지 않아도 우리의 아버지들을 공감할 수 있다면 값진 눈물이 될 것이다. 가슴속에 만들지 못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영화로 보는 것 같아 흘린 눈물이었다.

   '나'는  어쩌면 전쟁도 없이 세계적으로 보나 시대적으로 보나 가장 안전하고, 가장 평화롭고, 가장 풍부한 시대를 살아왔다. 그렇다고 위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빈약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돌아보면 감사할 수 있는 조건이 너무 많았던 시대이다. 그 감사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희생했던 '아버지'들을 기억한다. 그 죽음의 숱한 고비에서도 오직 '나'를 위한 그 '아버지'의 모습, 그 '아버지'들의 당부를 기억한다. 

   오늘 아버지를 뵙기 위해 시골 요양원으로 갈 것이다. 요양원에서 6.25전쟁 때 압록강 물을 수통에 담았다는 부대에서 모셨던 대장을 치매 환자로 만났다는 이야기, 파독 광부시절 만났던 친구를 중풍 환자가 되어 실려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월남전에서 DDT로 조금씩 하반신이 마비되었다는 친구는 아버님이 요양원에 들어갈 때 잠시 얼굴을 보고 먼저 돌아아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러 가야겠다. 어쩌면 살아계신 전설을 만나 공감할 시간도 그리 많이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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