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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감상문]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비정규직을 한탄하노라-3(글-신호현)

원 시 인 2015. 1. 2. 23:43

[미생 감상문]     비정규직을 한탄하노라-1    비정규직을 한탄하노라-2 

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드라마 [미생 13]에서 연말이 되어 정규직 직원들이 인사 평가를 통해 연봉과 승진이 결정될 때 비정규직인 장그래가 독백으로 날린 말이다. “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라는 말은 한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살고 있지만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사람이 능력으로 대우받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하는 신분에 의해 대우를 받는다는 말이다.

   드라마 미생은 비정규직이 일반화 되어가는 현 사회의 정서를 잘 반영한 최고의 드라마라는 시청자들의 평가가 있는 작품이다. 원래 윤태호 작가의 만화 작품인데 드라마로 찍어 사회에 큰 이슈가 된 작품이다. 직장에서 식사를 하면서 회자되는 이야기가 대부분 미생 이야기였고, 기간제나 강사 신분이 많은 우리 학교에서도 선생님들 모두가 꼭 봐야 할 명작이라고 권하기에 방학하자마자 5일에 걸쳐 다 보았다.

   주인공 '장그래'는 어렸을 때부터 프로 바둑 기사의 꿈을 키워왔으나 결국 프로 입단에 실패하면서 바둑계를 접고 사회에 뛰어든다. 국내 5위 안에 드는 대기업 상선에 고졸자로 들어가 수많은 스펙 좋은 대졸자들의 무시와 따돌림을 받으며 온갖 수모를 견디며 일을 배워 간다. 회사는 전쟁터라 싸움의 법칙을 따라야 사는 비정한 모습이 펼쳐지고 장그래는 내세울 능력이 없어 낮은 자세로 성실히 일한다.

   무역회사인 원인터내셔널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정세의 치열한 경쟁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계약관계에서 늘 이겨야만 살아남기에 나날이 변화되는 사업 환경에서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비록 계약직 신입으로 실수를 많이 하지만 남들보다 2배의 노력과 이미 바둑의 고수들에게서 배운 싸움의 법칙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넘어 박 과장의 비리를 밝혀내고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큰 사업을 성공시킴으로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그 공로 역시 같은 회사 직원을 고발하고 비리를 밝혀내는 삭막한 분위기를 초래했다고 누구도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비난의 화살로 돌아오고 장그래가 추진하던 새로운 사업 역시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담당자를 바꾼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계약직이라는 신분의 제약에 걸려 비틀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불합리한 처사는 장그래뿐이 아니다. 장백기는 우수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선임이 일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일을 맡기지 않고, 안영이는 신입사원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하고, 한석율은 선임의 일을 도맡아 하지만 역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입사원들의 아픔을 잘 묘사하여 현대를 사는 많은 직장인들의 애환들 잘 담아내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지난 번에 한동안 극장가를 뜨겁게 했던 영화 [카트]를 볼 때도 아팠던 가슴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을 다룬 영화로 마트의 계약직 판매사원들이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회사측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결국 파업에 이른다. 노동자들이 합심하여 투쟁함으로서 회사가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노동자들을 다시 수용하는 조건으로 마무리되지만 결국 회사도 큰 손해를 입고 노동자들도 숱한 고통을 겪는 영화였다.

   20년 전만 해도 6개월 이상 계약직은 불법이었다. 그래서 회사나 국가는 정규직을 뽑아 일을 추진함으로서 정규 일자리 창출로 안정된 직장을 통해 안정된 사회를 구성하였는데 채 20년도 안 되어 비정규직이 40% 이상 차지하였고, 20대 젊은이들은 70% 정도가 계약직으로 일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비정규직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뿐이어서 연애도, 결혼도, 집장만도 못하데 되어 저출산율로 직결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문제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꿀 수 없다.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법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한다고 내놓는 작금의 정책들이 더욱 한심하다. 비정규직 계약을 4년으로 연장한다는 것은 비정규직을 고착화시키고 비정규직에게 별로 도움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회사측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근시안적인 대책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등장인물의 설정에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첫째는 장그래의 계약직이다. 장그래는 왜 계약직인가. 아무리 고졸자라지만 전무의 낙하산으로 인턴 사원이 되었지만 다른 대졸자 인턴들과 정당히 실력을 겨뤄 PT도 하고 근무 성적을 평가했다면 다른 장백기나 안영이, 한석율과 마찬가지로 정규직 신입사원이 되었어야 한다. 한석율과 PT 한 팀이 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한석율은 정규직이고, 장그래는 비정규직이라면 대졸과 고졸자의 취업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둘째, 정작 장백기, 안영이, 한석율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장그래는 고졸이라서 계약직으로 채용한 일이라면 그들과 같이 PT를 하고 경쟁을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설정이다. 일반적으로 고졸 계약직으로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의 설례가 없는 일이라면 인턴을 통해 공개 경쟁하지 않아도 그냥 직접 불러 계약직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일이다. 그들의 입사동기라고 하기도 어렵고 정규직인 장백기가 장그래를 미워할 일도 아니다.

   셋째, 장그래는 단순히 고졸 계약직이라면 인원 충원이 절실히 요청되는 영업3팀에 배치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 이미 영업3팀은 인력 충원 요청을 제시한 상태이고 정규직 신입사원이 3명에 계약직 1명이고(그래도 동기 맞나?) 계약직은 업무 추진 담당에서 제외될 일이라면 영업1팀 안영이와 바꿔 배치되었어야 하는데 아무리 오과장이 미운살이 박혔더라도 무리가 있다.

   암튼 장그래의 위치는 장백기, 안영이, 한석율과는 다르다. 정식으로 전환 가능성이 없는 계약직을 뽑느라 정규직 1명을 덜 뽑았을 리는 없기에 굳이 장백기가 장그래를 미워하고 시기할 이유가 없다. 장백기나 장그래는 같이 장 씨가 아닌가.(농담^^)

 

   이 드라마를 통해, 아니 원작 만화 미생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비정규직, 즉 계약직의 비화를 드러냄으로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보다 나은 사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 더구나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문제가 비정규직이 아니었던가.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절대 밝은 사회가 될 수 없는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이번에 우리나라를 다녀가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1일 바티칸에서 열린 신년 미사에서 현대판 노예 노동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보고 전 인류가 강제노역과 인신매매와 같은 현대적 형태의 노예제도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조선일보 12일자 A2) 드라마에서 안영이는 정규직임에도 상사들의 집단 따돌림은 물론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러니 비정규직은 어떠랴.

   그렇다면 비정규직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 드라마에서 장백기는 장그래가 열심히 해서 좋은 실적을 쌓게 되자 장그래를 질투했던 자신을 내려놓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하는 말이 있다.

   “스펙이 부끄럽다! 이는 분명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여기서 스펙이 부끄럽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스펙보다는 성실성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뜻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좋은 스펙을 가져도 스펙을 발휘할 환경이 주어지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의 채용시장의 한계를 탓하는 말로 젊은이들이 비전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 계약직을 합법화시켜 대량 양산하는 지금의 모습에서는 젊은이들이 비전을 가질 수 없음을 한탄하는 말이다. ‘이는 분명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사회를 어둡게 만들고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정경유착으로 인한 선배 정치인들의 잘못이 크다.

   오 차장이 퇴직한 선배와 대화를 할 때, 오차장은 그 선배가 있던 원인터내셔널에 옛날 선배님처럼 열심히 일하던 모습과 같이 열심히 일하는 친구(장그래)가 있다고 말한다. 그 선배는 그 친구가 누군지도 모르면서도 오 차장에게 당부를 한다.

   “그 친구 내 꼴 나지 않게 해줘라.”

   “그게 어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오 차장은 누구보다 계약직들을 잘 보듬어 주지만 결국은 예전에 계약직 여직원이 자살을 하면서 오 차장도 큰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장그래에게는 일부러 좋은 말, 즉 비전을 주는 말을 해줄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아파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된다는 것은 이 시대의 새로운 신분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장그래는 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이런 비정규직의 해결은 회사의 직위가 다소 높더라도 해결하기 어렵다. 오차장의 상사인 최 전무는

   “장그래 사원 추진하던 일에 담당자 바뀐 것 이야기 들었네. 안 됐어 규정이라니 어쩔 수 없지. 회사가 모질긴 하지. 그래도 공이 있는 친군데 말야. 그러니 힘을 길러야 해. 그렇게 계약직 사원 갈아치우면 회사도 손해지. 그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잖아!”라고 말한다.

   이는 본인이 전무라고 회사에 계약직으로 심어줄 수는 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임을 암시한다. 그러면서 회사의 입장에서도 계약직 사원을 두면 손해라고 말한다. 1년 가르치고 1년 일할 만하면 새로 뽑아서 다시 가르쳐서 일을 시켜야 하니 정작 업무 담당자로서의 일을 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6개월 이상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라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직원이 안정되고 회사가 안정되고 넓게는 나라가 안정되는 것이다.

 

   신분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이전에나 있었던 아주 구태의연한 제도로 이미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신분제 따위는 사라진 말이다. 그런데 같은 사람으로 살면서 같은 사람이고 싶다니. 이해할 수 없는 대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말에 공감한 대중이 얼마나 많을까. 이 말 같지 않은 말에 공감하는 사람과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공존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불행한 사회인지 모른다.

   조선시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이 정해졌다지만 우리 사회는 살아가면서 능력에 따라, 아니 능력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신분이 정해지기도 한다. 지금은 2030대에서의 고민이라지만 앞으로 1020년 후에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7~80%의 고민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마치 조선시대 먹고 살기 힘들었던, 그래서 핍박을 견디지 못했던 천민이나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켰던 것처럼 우리네 자식 세대에서는 거대한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부를 착취하던 기업들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지금도 대기업은 인건비를 수십억 내지 수십조를 비축하여 부를 축적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많이 늘리는 회사일수록 속으로 웃으며 아주 쉽게 부를 축적한다고 좋아할 것이다. 반면 양심있는 기업들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12%에서 3%대로 낮춘다고 했다.(http://blog.daum.net/phshh/15782251) 좋은 나라가 되려면 기업들 스스로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고 정규직으로 채용하려 해야 한다. 나라에서는 법으로 규정하여 비정규직 비율을 최소화 하고 이를 어기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자! 그럼 이제 감상문을 정리해 보자. tvN의 드라마 미생은 윤태호 님의 원작 만화를 김원석 님이 드라마로 각색한 것으로 우리 직장인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주인공 장그래는 계약직으로서 아무리 노력해도 정규직이 되지 못해 회사를 떠난다. 비정규직이 많아져 사회문제가 되는 이 즈음 계약직이 일반화되는 다음세대들을 위해 문제 해결의 이슈가 된 작품이다.

   많은 정치가나 정책론가들 그리고 회사 사용자들은 단기적 안목과 이익을 위해 대책 없이 비정규 계약직을 양산하는데 이는 머지않아 우리 사회를 좀먹는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사회나 국가는 전체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인데 몇몇 안목 없는 자들이나 이기주의자들에 의해 많은 대중이 피해를 입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사회 구조가 형성된다.

   이로 인해 젊은이들은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하고, 결혼이 늦어지고, 집장만에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져 불만이 팽배할 것이다. 이로 인해 대규모 비정규직 시위가 예상되고 회사는 붕괴되고 사회는 극도로 불안정한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10년 아니 20년만 내다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나서서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핵보다 무서운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서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회사가 스스로 비정규직 비율을 최대한 축소하여 회사의 이익보다는 내 회사 직원들이 안정된 삶을 살도록 배려하는 채용이 이뤄져야 한다. 2차적으로 정치로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정치가들이 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입법으로 공무원들은 행정으로, 법조인들은 단호한 법집행으로 비정규직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3차적으로는 먼 안목으로 국가 전체를 이끌어가는 대통령의 몫이다. 1997년 김OO 대통령이 비정규직을 합법화 시켜서 18년만에 이토록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켰다면, 이제는 박OO 대통령이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영화 카트나 드라마 미생은 현실 사회의 큰 이슈이면서 미래 사회를 내다보는 예지적 작품들이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 - 젊은이들의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들로서 연쇄적으로 수많은 문제들을 일으키는 이슈-를 담아낸 작품이다. 그럼에도 기업인들은 하찮은 이익 앞에 내 회사 가족들의 삶을 내다보지 않을 것이고, 정치인들은 정경유착으로 누구 하나 들고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대통령은 긴급한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비정규직 문제는 외면당할 것이다.

   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현대판 노예제인 비정규직,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에 툭하면 계약 해지 당하고 재계약 없는 불합리한 세상, 달면 삼키는 듯하다 뱉어내는 비정한 현실에서 눈물 흘립니다. 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희망을 갖고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고, 가정도 꾸미고, 아이도 낳고, 여행도 다니고, 행복한 세상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21세기 원시인 신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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