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신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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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한문과 시간제 강사로 전전하던 M은 오늘 제주도로 떠났다. S대 한문교육과를 졸업하고 한문 교사 임용고시에서 뽑지 않아 어렵게 강사자리를 얻어 2년째 강사를 했는데 강사를 하면서 자신의 꿈이 이뤄진 것에 너무 기뻤다. M은 학생들을 무척 예뻐했다. 그래서 정교사가 되는 것이 소원인데 2009개정교육과정 한문과 집중이수제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한문교육을 대폭 축소하였고, 많은 한문 교사가 국어과나 타과로 전과하는 일이 생겼다. 대학에서는 한문교육과가 폐과되었고 임용고시에서는 한문교사 선발을 수년째 하지 않아 한문교사의 길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제주도에서 4명을 뽑는다는 공고에 기뻐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인가. '중요한 시간'이라면 누구나 '지금'이라지만 '중요한 시기'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서술형 문제가 아닌 선택형 문제로 바꾸어 우리에게 익숙한 '오지선다형 문제'로 바꿔 질문을 한다. 첫째, 태어나서 1~3년의 영아기. 둘째, 14~17세 사이의 사춘기. 셋째, 대학에서 전공학과를 선택하는 고3 시기. 넷째, 대학졸업 후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2~3년. 다섯째, 배우자를 선택하는 결혼하는 시기.

     사람마다 가치관과 선입견, 처지와 입장이 달라서 생각도 다르고 주장도 다르겠지만 어쨌든 팽팽한 선택이다. 첫째, 영아기는 생에 극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 시기로 애착, 신뢰감, 자율성, 오관을 두뇌발달이 이뤄지는 시기이다. 일생에서 신체와 뇌의 성장이 가장 급속도로 이뤄지는 시기이기에 부모의 손길이 가장 요구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둘째, 사춘기는 2차 성징으로 신체적 변화가 빠른데 비해 자아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아 심리적 고민이 많고, 내면적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시기이다. 그래서 사춘기를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라 하니 이 또한 중요한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

    셋째, 고3 시기는 지금까지 본능을 바탕으로 하는 짧은 삶을 통해 이성의 집을 짓는 ‘전공’을 선택하는 시기이다. 내가 무엇을 선택하여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 것이며, 내 삶의 가치를 높일까를 고민하며 선택하는 시기이다. 아주 중요한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넷째, 대학졸업 후 취업하는 시기는 어떤가. 자신이 바라고 꿈꿔왔던 이상이 현실로 되느냐, 그냥 이상으로 남느냐의 갈림길이다. 다섯째, 배우자를 선택하는 시기는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의 행복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에도 중요한 시기는 많지만 오지선다형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인생을 돌아보면, 어느 순간인들 중요하지 않은 시기 또한 없었던 것 이다. 그러한 중요한 선택을 잘해서 ‘지금의 나’로 만들어져 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섬뜩하다. 그래도 중요한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면 각자가 다르겠지만 대학졸업 후 2~3년의 취업하는 시기가 아닐까. 대학까지는 자신의 흥미나 특기가 내면에서 솔솔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면 별로 큰 문제가 없다. 대학졸업 후 취업에서 전공을 살리느냐, 살리지 못하느냐가 달려 있는 시기이다. 전공을 선택하는 대학에 떨어지면 재수 삼수도 하지만 전공을 살리는 취업은 삼수가 아니라 오수라도 해서 꼭 이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는 정말 힘들고 고독한 시기이다. 가뜩이나 취업이 바늘구멍인 요즘 제주도로 떠난 M과 숱한 한문교사의 꿈들이 이뤄져 제주에서 정착했으면 좋겠다.(신호현 詩人) 

 

울산매일 : http://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1868

조선일보 : http://forum.chosun.com/bbs.message.view.screen?bbs_id=1030&message_id=12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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