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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직업에 귀천은 있을까(신호현 詩人)

원 시 인 2015. 12. 7. 06:19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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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귀천은 있을까

 

      흔히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말한다. 나 또한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쳐 왔다. '어떤 직업을 갖든 자신이 그 직업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어찌 천한 일이겠는가. 사람마다 다 다르게 태어났는데 어느 한 가지 직업만이 최고의 직업이라 생각하여 적성과 희망에도 맞지 않는 직업을 강요하는 일은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이 만족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다면 그 직업이야말로 귀한 직업'이라고.

     그러면서 자녀나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설득하였다. 자녀나 학생들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면 '직업에는 귀천이 없지만 직업에 선호도가 각기 달라 어느 몇 가지 직업에 사람들의 생각이 몰리기에 어쩔 수 없는 경쟁이 생긴단다. 너희가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선 그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그 경쟁 선발의 기준이 공부이기 때문이란다. 그 기준이 달리기라면 공부 안하고 달리기 하는 법을 가르쳐야겠지. 대부분의 많은 직업들은 논리적, 창의적 사고를 통해 직업들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데 논리적, 창의적 사고가 바로 공부를 통해 형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직업의 귀천은 없지만 직업의 선호도를 가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첫째, 여가이다. 직업에는 크게 남에게 봉사해야 하는 직업과 봉사를 받는 직업이 있다. 봉사해야 하는 직업은 남이 쉴 때 일해야 하고, 봉사를 받는 직업은 남이 쉴 때 쉴 수 있어 여가를 즐길 수 있다. 남들이 수는 날에 같이 쉬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고 있다. 일과 여가가 구분되지 않아 끊임없이 연결되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일과 여가가 분명히 구분되는 직업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 

    둘째, 돈이다. 같은 시간을 일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면 선호도가 높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은 다른 많을 효용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도구이다. 좋은 곳에 살 수 있고, 좋은 것을 먹을 수 있고, 좋은 것을 입을 수 있게 한다. 가고픈 곳에 갈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게 한다. 어떤 직업은 하루 종일 일해도 하루 먹고 사는 데 급급한 직업이 있는가 하면, 하루 벌어서 1년을 먹고 살 수 있는 직업도 있다. 

   셋째, 남을 위한 직업이다. 세상을 살면서 '나' 혼자만 먹고 사는 일은 쉽다. '알바'하면서 살아도 혼자 사는 데는 문제 없다. 하지만 나를 통해 '남' 즉 가족이나 이웃, 나라, 인류를 위해 산다면 선호도가 높은 직업이다. 나의 자아는 어디에 있는가. '나만 잘먹고 잘 살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한다면 모르지만 가족을 비롯하여 남들과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직업 선택에서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한다. 나를 통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직업이 선호도가 높다. 

    넷째, 경기에 영향을 받느냐이다.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데 여러 사회 경제적 상황에 민감하면 안정적이지 못하다. 늘 긴장하면서 불안하게 생활해야 하면 선호도가 떨어진다. 자신의 자아를 실현함에 다른 것은 신경 안 쓰고 그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이 선호도가 높다.

    다섯째, 접근성이다. 그 직업에 접근하려면 많은 공부를 해야하고 자격증을 가져야 하는 직업일수록 선호도가 높다. 선호도가 높으면 경쟁이 생기고 그 경쟁을 제어하는 장치로 학위나 자격증을 통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는 직업은 어떤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하지 않고 깊은 사고와 통찰력도 요구되지 않는 단순한 일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선호도가 높은 직업은 시간과 노력을 적게 들여도 돈을 많이 벌고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이며,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직업이다. 경쟁률이 높아 여러 장치들을 통해 제어하고 있다. 신체적 노동보다는 정신적 노동으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 직업! 추울 때 따뜻한 데서 일하는 직업을 선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직업을 귀한 직업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선호도가 높은 직업이라고 좋은 직업, 귀한 직업은 아니다. 선호도가 낮은 직업을 가졌다고 나쁜 직업, 천한 직업은 아니다.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 여가는 중요하지 않고 돈이 많은 사람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맞는 직업이 귀한 직업이다. 자신이 일을 통해 자아실현의 보람을 느끼고 만족하며 행복할 수 있으면 귀한 직업이다. 자신의 삶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은 남들이 선호하는 직업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길을 가는 사람들도 많다. 거기에는 위에서 열거한 다섯 가지 기준을 초월하는 더 멋진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신호현 詩人)

 

울산매일 : http://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4333

조선일보 : http://forum.chosun.com/bbs.message.view.screen?bbs_id=1030&message_id=121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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