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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향-감동적인 영상

원 시 인 2016. 1. 20. 08:27

영상이 안 열리면 : https://youtu.be/VnfR0ZNzAzg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그림

 

돌아보면 내게 이유없이 선행을 베풀어 주었던 사람들이 많다.

어렸을 때 가난해서 먹고 싶은 것 먹지 못하고 입고 싶은 것 입지 못하던 시절

 

내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그림 첫 번째는

우리집이 가난했고 형제들이 많아 굶주렸을 때

당시 가장 부잣집이었으나 남편의 바람으로 속상하며

절망 같은 삶을 살던 성도 모르던 박 씨네 할머니

밭에서 반찬이 될만한 야채들을 한 바구니 이고 오시다가

우리집 대문 앞에서 바구니를 내리고는 정확히 절반을

대문 구석에 덜어 놓고는 가져다 먹으라는 말도 없이 가셨다.

마당에서 놀던 나는 대문이 만들어준 액자 안에

머리에 한 바구니를 짊어진 초로의 할머니 한 분이

살며시 들어오셔서 날 한 번 돌아보시지도 않고

야채를 절반 덜어놓고 가시는 그림은 액자 안에 동영상으로

내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그림이 되었다.

그렇게 몇 번 반복되던 그림은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다시 대문 안으로 들어온 그 분이 남기고 간 그림은

천국을 향한 상여 소리에 맞춰 꽃상여가 천천히 발을 맞춰

대문 액자 우측에서 좌측으로 조금씩 들어와서는

날 한 번 돌아보시지도 않고 조금씩 사라지셨다.

그리고는 그 분에 대한 이야기는 영원히 사라졌다.

내 가슴에만 지워지지 않는 그림으로 남아 있다.

 

내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그림 두 번째는

우리 뒷집에 기와집에 사시던 교회 장로님이셨다.

가난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많았을 때

내게 하나님 향한 신앙을 심어주신 분이다.

술주정뱅이, 담배 골초, 건달들이 있었던 마을에

하나님 신앙 전하시려 동네 사람들 잔치 베풀고

예배드리면서 전도하시던 회사 사장님이셨다.

품행이 얼마나 바르셨는지 동네 사람들이

"너도 교회 다녀라. 술 끊고 담배 끊고 저 장로님처럼

바르게 살 것이다."라고 서로 우러렀다.

그 장로님의 자가용이 우리 대문을 통해

우리 방 앞을 지나 뒷집으로 돌아들어갔는데

차에서 내려 대문을 열고 차에 타서 들어와서는

다시 내려서 대문을 닫고 차에 타서 가시곤 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대문 액자 사이에 차 불빛이 비치면

나는 달려가 대문을 열어드리고 차가 지나가면

대문을 닫는 일이 즐거워졌다.

그 분이 내 방 앞을 지나 그 집 마당 앞에서 차를 멈추면

조용히 차 안에서 사고 없는 감사기도를 하시곤 했다. 

사모님이 마중 나오시면 번쩍 안아서 들어가시는 그림

그분이 예배중에 특별히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던 모습

근처 야산으로 시냇물 흐르는 동뚝으로 차에 데려가

뚝방에 걸터 앉아 저녁 노을 바라보며 성경 말씀 읽어 주시고

흐르는 물소리처럼 낭낭히 기도해 주시던 잔잔한 그림

 

내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그림 세 번째는

가난해서 가난해서 국수만 먹던 시절에

국수를 너무 많이 먹어서 국수 냄새에 머리가 아프던 시절

하이얀 쌀밥이 그리울 때면 옆집 친척 집에 가서 놀았다.

때론 아이도 업어주고 때론 농사일도 거들어 드리면

때가 되어 '밥 먹고 가라'시던 말씀..

가끔은 그냥 내려오기도 했지만 방에 앉아 후회하곤 했지.

그 집에서 밥을 먹으면 하이얀 쌀밥에 고기 반찬이 있었다.

할머니는 밥이 부족해도 당신 밥을 덜어 내게 주시고는

'많이 먹으라'라고 나를 키워 주시던 격려의 말씀.

그리고 당신의 밥그릇은 반으로 비워지고 내 밥그릇은

수북히 두 배로 쌓이는 그림을 잊을 수가 없다.

명절이 되면 추석빔이라고 새옷을 사주시던 그림.

이제는 갚을 수도 없는 영원한 마음속에 빚진 그림.

 

내 나이가 이제 반 백을 넘겼으니 머리가 희끗하더라

이제까지의 삶이 모두가 그분들의 사랑 덕이니

이제는 내가 그 분들을 닮아 그림을 그려 주리라.

부족하지만, 작지만, 드러내지 않는 그림을 그리리라.

 

글 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