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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내 몸 사용설명서 (글-신호현)

원 시 인 2016. 9. 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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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사용설명서

 

      [처음]

     내가 태어나면서 신으로부터 내 몸 사용설명서를 받았다면 자세히 읽어보고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장 손이 잘 가는 오른쪽 주머니이거나 가장 소중하게 품고 다니는 가슴 안쪽 주머니에 넣고 자주 꺼내 읽었을 것이다. 전자제품 사용 설명서마냥 대충 꺼내 읽는 둥 마는 둥 집어던져 놓고는 전자제품 고장 나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도 없는 기억을 더듬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전자제품 만들면 분명 사용설명서를 첨부하는데 신은 왜 내게 내 몸 사용 설명서를 첨부하지 않았을까.

     나이 50을 넘기고서야 비로소 알 것 같은 내 몸 사용설명서를 써본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내 몸이 그리 중요한지 모르고 산다. 그래서 넘치는 패기만큼 몸을 사용하다가 다치기도 하고 더러는 고장 나기도 한다. 다치면 치료하면 되겠지만 한 번 고장 나면 기계 부속처럼 갈아 끼울 수 없기에 고장 난 상태로 살아야 한다. 그래서 젊어서 패기 넘칠 때 사용설명서를 읽고 지나치지 말아야 하는데 마구 사용하게 된다.  

     우리의 몸은 고장 나더라도 더러는 자생력이 있어 스스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회복되지 않으면 영원히 고장 난 상태로 살아야 한다. 팔이 부러지면 치료해서 쓰지만 팔이 잘려나가면 다시 불여 쓸 수 없다. 눈병이 나면 치료해서 나을 수 있지만 시력을 잃어서 볼 수 없을 땐 다시 볼 수 없다. 다행이 요즘엔 의료 기술이 좋아져 이식해서 다시 회복하기도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때 기본 구조는 비슷하게 만드셨지만 세밀하게 따져보면 같은 곳이 없다는 것이다. 비슷하다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남과 같거나 비슷한 것은 진정한 나가 아니기에 나를 소개하는 데 있어 눈이 두 개이고 입이 하나다.”와 같은 사용설명서는 의미가 없다. 그러나 남과 다른 나만의 특징을 소개하고자 한다.


     [중간]

     나는 먹는 것에 육식을 피하고 빵과 떡을 즐긴다. 밥보다는 떡이 더 맛있어서 평소 떡을 즐긴다. 다른 사람은 떡을 먹으면 생목이 오른다고 싫어하지만 나는 밥 배 따로 떡 배 따로란 말을 즐겼다. 아마 어려서 가난했기에 배가 늘 빈 듯 했기에 떡을 먹으면 오랫동안 든든한 이유에서 그랬는지 아니면 떡을 한 말 하면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던 가계 전통 때문인지 모르겠다.

     육식은 어려서 고기를 매우 좋아했는데 첫째, 언제부터인가 육식이 인간의 이기를 위해 동물을 잡아먹는다는 논리에 동조하면서 육식을 기피하게 되었다. 둘째, 피를 끈끈하게 하는 콜레스테롤이 많아 성인병에 안 좋다는 말에 귀가 열렸다. 셋째, 인간의 몸은 채식을 위한 구조이지 육식을 위한 구조가 아니라는 설득에 넘어간 탓이다. 그들은 육식이 사람의 성격을 육식동물처럼 포악하게 한다거나, 동물의 질병이 인간에게 옮겨질 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그렇다고 전혀 안 먹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젊어서 저녁형 인간이었다. 저녁을 먹고 7시부터 12시 또는 새벽 2시까지 무엇을 하는가가 그 사람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했다. 학창시절 공부할 때나 글을 쓰고 시를 쓸 때에는 주로 저녁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때론 전쟁하듯, 때론 평화롭고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며 살아왔다. 중간 10시부터 11시까지가 가장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다. 그 때 잠에게 지지 않고 버티면 새벽 2시까지 깨어 있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50이 넘으면서 저녁이 피곤해지니까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으로 바뀌었다.

     나는 떡을 좋아하는 만큼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떡을 한 말 그 자리에서 먹던 우리 형제들이 제사를 지내면 술 한 잔 입에 대는 사람이 없었던 탓이기도 하지만 나는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자체가 싫었고 어쩌다 그런 날을 맞으면 내 스스로에게 몹시 화가 났다. 담배는 전혀 피지 않았고 지금도 가장 싫은 것이 담배 냄새이다. 길을 가다 앞 사람이 담배를 피고 가면 뒤에서 뒤통수라도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담배 냄새, 입냄새는 곧 편두통을 유발하고 약을 먹지 않고는 스스로 낫는 법이 없다.

     나는 젊어서 태권도를 심하게 해서 기초체력을 다졌기에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었으며, 등산이나 빠르게 걷기 등을 즐긴다. 오래 달리기를 하면서 인내심을 길렀기에 쉽게 죽겠다’, ‘힘들다’, ‘짜증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며, 오래 기다리고 참아낼 수 있다. 나는 내 스스로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넘친다고 생각하여 끊임없이 메모하고 글로 쓰려고 한다. 한 번 번뜩인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고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추진력이 있다. 인간의 기본 수명이 5~60세라 생각하여 면역력을 보충해 주거나, 제 때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좋은 치료기법이나 좋은 약들이 많아 8~90세까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

     여기서 내 몸의 특징을 다 적기는 어렵다. 남과 다른 세세한 특징들을 다 적으려면 자기 나이만큼 적어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살아가면서 깨닫는 자기 몸의 비밀 때문에 미처 깨닫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 자기 몸에 이상 신호가 왔음에도 괜찮아!’하면서 그냥 넘기다가 쓰러져 죽는 경우를 보았다. 살면서 내 몸 사용 설명서를 잘 적어두거나 늘상 기억하면서 살아야 한다. 신이 적어주지 않은 사용설명서를 조심스럽게 터득해갈 때 내 몸의 가치를 배가하여 사용할 수 있다. 아무리 사용해도 알 수 없는 내 몸의 비밀은 아마 죽을 때까지 사용하면서 기록해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454647
글   출처 : http://m.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5470(울산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