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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행시-짧은 시(詩신호현)

원 시 인 2016. 10. 13. 06:04

[3행시-짧은 시]

 

소확행

 

설거지 잘한다고

아내가 새로 꺼내줬다

 

날개 달린 작은 수세미

지하철에서 새가 된다

 

누구 위해 사는 일이

눈 감으면 구름이다

 

 

 

붉은 꽃으로 피어

노란 나비로 날아

푸른 하늘에 살다

 

등대

 

어둠 속에서만

조용히 속삭이는 

외로운 당신의 언어

 

안경

 

내 콧잔등에

벌떡 올라 앉아

나보다 세상 먼저보네

 

제리뽀

 

내가 좋아하는

제리과자가 있다

젤 이뻐!

 

 

회귀 본능(2)

 

연어가 물결 거슬리듯

세월을 거슬린다

염색

 

 

회귀 본능(1)

 

벗으면 30대다

그래서 벗는다

가까이 있을수록

벗어야 잘 보인다

 

 

노인

 

공원 벤치에

바람에 밀려온 낙엽 하나

으스스 소리내며 떨고 있다

갈 곳 몰라 두리번거린다

 

 

당신의 바다 

 

누군가 저것을출렁이는 바다라 부르면 나는 사랑이라 말하리

 

누군가 저것을일렁이는 파도라 부르면 나는 그리움이라 말하리

 

잊어야지 잊어야지모래알만큼 외쳐보지만더욱 그리운 하이얀 당신

 

 

내 안에 너

 

내 안에 너가 있다 

너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꺼낼 수 없어서 더욱 아프다 

 

 

소백산

 

소백산은 

소복히 배부른 산 

엄마 배처럼 포근하다

 

 

소금

 

세상 아픔품은 바다

매일 파도로 울음 우는 바다

그 짠 보석을 울컥 토해낸다

 

 

기도

 

억하라 그대여!

우시는 하나님을

 

 

휴지

 

닦아드릴게요

세상을 살아내느라

지친 당신 마음

 

저항

 

가지 끝에

깃발이 펄럭인다

겨울이 왔다 외친다

 

마지막 낙엽

 

가지 끝에서

바람과 맞서는

마지막 저항

 

 

낙엽

 

낙엽이 떨어졌다

붉은 눈물로 떨어졌다
일일이 찾아가 안아주리라
안 그러면 가슴에 쌓이여
오랜 그리움이 되리라

 

낙엽

 

낙엽이 떨어진다

우수수 우수수

여인의 옷벗는 소리

 

가을 단풍

 

피 뚝뚝 흘리며
가을이 떨어진다
청춘이 스러진다

 

청춘은 백발로
백발은 나무로 남아
다시 푸른잎 틔우리

 

 

담쟁이 단풍

 

여름 내내

벽을 오르느라

손등이 붉어졌다

 

 

안개꽃

 

작지만 아름다운

내 안의 무수한 꿈들이

널 위해 피었어

 

 

별꽃

 

내가 잠든 사이

별들이 노닐다간 자리마다
꽃들이 활짝 피었다

 

 

천둥소리

 

하늘 가슴 가른 저 소리는

누굴 사랑하나 보다
심장이 쿵!

 

 

 

 

장미

 

끓는 심장을 꺼내

담장에 널었다

 

초록 청춘을

잎줄기에 바쳤

 

사람들은 나를

장미라 불렀다

 

장미.jpg

 

  

치매

 

너를 본지

얼마 안 되었는데

널 또 보고 싶은 건 뭐지

 

 

인생길

 

아스팔트 길 끝에는

황금 숲길 있겠지

 

도시 소음 끝에는

맑은 새소리 들리겠지

 

오늘도 부지런히 걷는

아스팔트 소음 길

 

 

산 그림자

 

네가 그립다

고요한 강가에 서면

속내 드러낸 너의 그림자

 

내가 그댈 우러르는 것은

그대 앞이나 옆이 깜깜해도

항상 밝게 반짝이기 때문이지

 

밥바른

 

밥그릇에 그릇된 생각을 담았는가

그대 흰밥 먹고 그릇된 삶을 사는가

이제 밥그릇을 밥바른이라 부르리라

 

 

말은 살아

 

사람은 죽어도

말은 햇볕처럼 살아

노오란 메아리로 쫑쫑쫑

 

기도

 

성적은

기도순이 아니지만

인생은 기도순이다.

 

 

사람이 꽃이다

넘어지면 일어서는 꽃

어둠 속 빛을 꿈꾸는 꽃

 

외로운 곳 남몰래 피어

세상을 환히 밝히는 꽃

사람이 꽃이다

 

운길산 단풍

 

가을 운길산에 오른다

골짜기마다 핏빛이 흐른다

양수리 두물머리에

구경꾼조차 넋이 나갔다


물 속에서 종소리가 들렸다는

수종사가 단풍 사이로 보일듯 말듯

 

남한강 북한강 서로 만나

먼저 많이 보겠다고 아우성이다

 

그 꽃

 

그 꽃이 거기 피었다

그 옆을 내가 걸었다

그 꽃 지고 내가 떠나면

아무도 몰라 내가 보았다는 것을

 

아무도 몰라

 

그대 이 세상에 왔는지

그대 이 세상을 떠나는지

관심 없고 아무도 몰라

 

삐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보는

그대 뜨거운 눈은 삐꾸다

선채로 앉은 채로 삐꾸다

 

가족사진

 

보면 볼수록

아버지가고

아들은 날 닮아온다

인생 마라톤 같

 


무심(無心)


두 눈 멀쩡히 뜨고
바람 부는 것을 느끼는데
벌레 지나는  것을 보았는데
세월 지나는 것만 보이지 않네


No heart

Two eyes open clearly

I feel the wind

I saw a worm going by

I just can not see time passed

 

 

모텔 

나는 모텔이고 싶다
그 옛날 골목 어귀에서
시장 나갔다 돌아오는
산에 나무하러갔다오는
삶의 짐져 지친 당신
내 희미한 어둠 속에서
내 부드러움에 취하여
거친 삶의 역정 쏟아내는
나는 당신의 모텔이고 싶다



詩 신 호 현

 

 

 
장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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