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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매일]만원의 행복(글-신호현)

원 시 인 2016. 12. 2. 11:21

[울산매일]


만원의 행복


    어제 안국역 출구 앞을 지나다 1만원 짜리 기모바지 두 개를 샀다. 며칠 전에 신문 광고를 보고 4만원에 2벌 한다고 해서 신청했다가 너무 얇아서 도로 반품을 했는데 왕복 택배비 오천 원만 낭비를 했다. 요즘 경제도 안 좋은데 돈을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에 비싼 옷도 안 사는데 1만원 짜리 기모바지는 내게 겨우내내 따뜻함을 줄 것이기에 내 마음을 춤추게 했다. 

    지하철에서는 통행에 방해가 되고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장사를 못하게 하지만 역내 상점에서 파는 옷들을 보면 가격 대비 만족할 만한 옷들이 많다. 1만원에 바지를 사고 1만원에 티셔츠나 남방을 사고 1만원에 운동화를 살 수 있으니 나같은 서민은 지하철이 신난다. 넥타이는 2~3천원, 와이셔츠는 7천원~1만원이면 사고 가죽 장갑도 5천원이면 몇 년을 써도 좋을 만큼 훌륭한 제품들이 많다. 

   어려서 부자로 태어났지만 뜻하지 않은 가정 사정으로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 처절한 가난을 맛보았기 때문에 지금 이 물질적 충족은 행복을 넘어 우리 인간이 이래도 되는가 싶을 걱정으로 산다. 600원짜리 검정고무신을 신발이 닳을까하여 두 손으로 들고 맨발로 다니던 초등시절도 있었고, 1,200원 짜리 운동화나 실내화를 10번이 넘도록 꿰매 신어서 더 이상 꿰매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 돼서야 간신히 운동화를 살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

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10~20만원하는 운동화를 사서 신는가 하면 잠바도 30~40만원은 보통이다. 심지어는 어떤 학생은 학교 입고 다니는 겉옷이 60~70만원하는 옷이라서 놀란 적이 있다. 그런 아이들은 몸에 걸친 옷이나 신발값만도 1백여 만원은 족히 넘을 것이다. 한 달에 수백만원 돈을 버는 어른들도 최소한의 경비로 몸을 치장하는데 돈도 벌지 않는 학생들이 너무 비싼 옷을 입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우리네 어른들의 지나친 배려가 아닐까 한다. 

   백민선 시인은  "무어나 얻을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신께 구했으나 / 나는 약한 몸으로 태어나 겸손히 복종하는 것을 배웠노라 / 부를 얻어 행복하기를 간구하였으나 / 나는 가난한 자가 됨으로써 오히려 지혜를 배웠노라" 라는 시를 지어 가난한 삶 속에서 지혜를 터득했다고 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 으로 일컬어졌던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그의 삶 속에서 세 가지 축복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 중 하나를 '가난의 축복'이라 했다.

    우리는 매일 우리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질문을 던지면서 산다. 주어진 환경과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냄으로서 얻는 만족을 우리는 '행복'이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우리는 많은 환경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많은 것을 얻어내고 누릴 때 '행복'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자식에게 많이 주어야 자식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고, 되도록 좋은 조건과 많은 재물을 물려주려 한다. 

   지금은 종료된 TV 프로그램 중에서 '만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 시대의 스타들이 만원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아름다운 도전 프로그램이다. 연예인은 모두 사치스럽다는 편견에 맞서고자 알뜰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과소비의 거품을 제거하는 노력이다. 행복은 그리 비싼 물건이나 풍요로운 생활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아껴 쓰고 나눠 쓰는 지혜를 터득하여 내 몸에 맞게 실천할 때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다.(시인 신호현)

 

 

http://www.iusm.co.kr/pdf/viewCheck.php?idxno=704132&fd=53797&hosu=7115&dnfile=16.jpg&view_mode=img&pub_date=2016-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