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의 등산기]
수락산(水落山)이 아니라 애락산(愛落山)
2018년 3월 3일, 원시인은 큰형님과 수락산을 정복하기로 했다. 5남매로 자라 바로 아래 동생 둘을 먼저 보낸 형님은 혹시나 나까지 먼저 갈까 늘 노심초사 나의 안부와 건강을 물으신다. 이제 38년 이천시청 국장님으로 공직생활을 마치시고 노후생활을 즐기시는 형님은 인생의 제 2막을 기타 배우기와 손자들 6명 잘 키우기, 텃밭 가꾸기와 100대 명산 정복하기, 그리고 공인중개사, 행정사 자격증을 따서 공인중개사와 행정사로 새생활을 하신다고 공부중이시다.
수락산역 공용주차장에서 만나 초행길 물어물어 산행을 시작했다. 원시인은 평소 가까이 있는 산을 즐겼다. 서초동에 살 때는 예술의 전당 뒤 우면산을 즐겨 올랐고 잠실로 이사와서는 주로 남한산성에 오르고 가끔 관악산을 즐기곤 했다. 서울에 있는 산중에 위험하지 않고 친근하게 오를 수 있는 산들이었다. 그런데 '수락산'은 형님이 목표로 하는 100대 명산에 4번째에 해당한다. 형님이 아니었으면 영영 오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 오를 때는 눈도 없고 미끄럽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오르기 시작하니 등산화로는 미끄러워 오를 수가 없었다. 형님은 '아이젠'을 꺼내 오른발에 한쪽씩 나눠 신었다. 평소 아이젠이나 등산스틱을 사용해 보지 않아 미처 준비하지 않아 한쪽만으로도 아이젠의 효과를 맛보기에는 충분했다. 아이젠을 신은 오른쪽 발에는 형님의 마음처럼 든든하고 안전했다. 밧줄을 잡고 얼음으로 뒤덮인 급경사를 오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산행에 미숙한 원시인을 계속 돌아보면서 잡아끌어 주지 않았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락산은 높이가 638m로 '거대한 암벽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뜻에서 '수락'산이라 이름붙여졌다. 기차바위, 치마바위, 배낭바위, 종바위, 하강바위, 아기코끼리바위 등 준엄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저 멀리 설악산이나 월출산을 찾아간 듯한 느낌을 안겨주는 산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의정부시,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솟은 수락산에는 금류, 은류, 옥류 폭포도 있다는데 모두 꽝꽝 얼어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시내 풍경은 마치 성냥곽들을 쌓아놓은 듯 작게만 보였다. 우리네 인간들이 개미처럼 저곳에 살고 있었으니 이곳 수락산 정상은 별천지가 되는 셈이다. 눈과 얼음에 쌓였음에도 사람들이 많이 붐볐다. 운동화를 신은 자매 아가씨도 용기 있게 올라 놀라게 했지만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등산의 이력을 지닌 분들이 많았다. 인생의 관록처럼 말 한 마디 없이 침묵수행하듯 험준산령을 오르고 내렸다.
미끄럽고 급경사로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을 때마다 형님이 잡아 일으켰다. 한쪽에 아이젠을 했는 데도 이리 어설프거늘 아이젠 없이 오르는 사람들이 대단했다. 동네 산을 오르듯 운동화를 신고 오를 생각을 했다니... 넘어지며 내려오는 길로 올라가는 가족도 있었다. 아마 네 가족이 밀고 땡기며 오를 것을 생각하니 수락산이야말로 가족간에, 형제간에, 친구간에 사랑을 듬뿍 느끼게 하는 산이 아닐까 한다. 평소 껴안아 보지 않았어도 연인처럼 저절로 껴안게 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내려와 보니 웬걸 수락산역에서 반대편으로 내려왔다. 이정표도 어수룩해서 산행의 달인인 형님이 이정표를 확인하며 안내를 따라왔는데 '수락산공용주차장(사진을 못 찍었음. 옆 사진과는 무관함)'이라는 말이 '수락산역공용주차장'과 헷갈리어 반대편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사람들이 주로 수락산역에서 올라가 수락산역으로 내려오니 이정표를 좀더 자세하게 안내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깊었다.
덕분에 반대편 하산길을 구경했지만 택시를 타고 수락산역으로 빙 돌아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택시를 타고 문을 닫기도 전에 살짝 출발하는 바람에 미처 타지 못한 형님의 발이 택시 뒷바퀴에 끼어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택시가 다시 살짝 후진하여 발을 뺐기에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다리가 부러지는 큰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원시인은 걱정이 되어 "형! 괜찮아요?" 연실 물었지만 "괜찮아!"라고 답하는 데도 택시기사가 미워 한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택시로 10분쯤 달려 '당고개역'에서 내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노원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서 수락산역으로 왔다. 오후 3시가 다 되어 순대국으로 식사를 하고 형님은 웃으며 고향길 이천으로 차를 몰았다. 어려서 고생하며 살았는데 이제 퇴임을 하는 말년에 '고급 승용차'를 몰고 산행을 즐기시며 제2의 인생을 사시는 형님이 좋아 보였다. 원시인이 원시의 세계로 돌아가기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기원했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 사이로 물(水)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愛)이 뭉글뭉글 떨어지니 수락산(水落山)이 아니라 애락산(愛落山)이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산 보았니?
원시인은 자연인이다..
원시인 지금 떨고 있니?
배낭바위는 일품이다..
원시인 만세다!!
현임과 함께 오른 수락산 주봉..
이 든든하고 따뜻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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