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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를 바라보며

원 시 인 2010. 7. 2. 20:18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를 바라보며


   학력 경쟁을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모색하려는 정부의 교육 정책으로 지난해 전학년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해 지난 2월 17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세상은 온통 학업성취도의 결과를 놓고 떠들썩하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언론은 크나큰 먹잇감을 포획한 듯 여기저기 지면을 채운다. 고작 국, 영, 수, 사, 과 다섯 과목의 성적만으로도 학교 교육을 온전히 평가한 양 학교평가와 학교장 평가의 척도로 삼겠다고 호들갑이니 심히 걱정이 된다.

   그동안 교육 평준화를 통해 경쟁보다는 함께 가는 교육을 추구해 왔으나, 교육 평준화는 학력 저하를 가져왔다는 교육평론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 경쟁에서 대한민국의 학력이 떨어져 결국 모든 분야에서 뒤떨어질 것을 충고했다. 그래서 영재교육을 위해 과학고가 생기고 국제화교육을 위해 외국어고 등 특목고가 생기게 되었다.

   한 번 학업성취도 평가를 공개하여 느슨해진 학력 저하에 대해 일침을 놓고 학교나 교사, 그리고 교육정책론가들이 반성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자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한 번 발동되어 효과를 보는가 싶다면 멈출 줄 모르고 달려가 지나친 경쟁의 토굴 속으로 달려 들어가 되돌아 나오기 힘든 상황까지 달려갈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계 특성화고가 생기고, 자립형․자율형 사립고가 생기고, 이제는 국제고도 경쟁의 우위에서 우수 학생들을 선발하니 전국에 특목고가 30여개로 2만 6천여 명의 학생들을 선발한다. 이에 따라 선행 학습을 시키는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되어 연간 30조원이라는 사교육비를 지출하게 만들었다. 학생 1인당 80만원을 부담한다고 하니 학부모들의 허리는 더욱 휘어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허리 한 번 피기 힘들어졌다.

   특목고, 자립형․자율형 사립고 등의 설립으로 공교육에서도 학비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니 학부모는 공교육비와 학원비의 두 부분에서 과다한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이처럼 지나친 경쟁으로 교육비가 늘어나고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소모되는 에너지는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게 되었다. 가계 지출 중 교육비의 지출이 생활을 심하게 압박할 것이며, 빈부 격차에 따른 학력 격차가 생길 것이다. 경쟁 스트레스로 온 국민의 행복 지수가 떨어질 것이며, 무엇보다 출산율이 떨어질 것이다. 

   어디 중․고등학교만 그럴 것인가? 대학의 등록금은 이제 연 1,000만원을 넘어섰으며, 생활비에 용돈까지 생각하면 대학생 한명을 가르치는 데도 연간 1,500에서 2,000만원은 들 것이다. 혹자는 한국 교육에 실망하여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니 학비 지출은 더욱 가세할 것이다. 의학대학원이나 법학대학원은 대학 4년을 마치고도 학비가 연2,000만원을 넘는 학비를 부담하여 3년을 더 다녀야 한다. 말 그대로 자식 하나 대학까지 마치는 데 2억이 든다는 말이 맞을 듯싶다.

   1960~70년대 평준화 교육이 시작되기 전에 교육을 받던 우리의 모습이 어떠했는가 돌아보자. 교육 경쟁을 강조하던 어떤 이는 그 때의 향수의 젖어 다시 그렇게 돌아가려 한다. 그 때 신문에 교육을 비판하는 글들이 무엇이었나? 지식위주의 교육은 인간성을 말살시키고 성적으로 줄세우기에 시달린 학생들이 성적 비관 자살을 하는 일이 빈번했다. 공부를 못한다고 선생님들께 무시당하고 숙제 안 한다고 선생님들의 폭력에 학생들의 인권이 말살되지 않았는가.

   교육이 '지식 중심'과 '경험 중심'이 30년 주기로 순회하듯 이제는 다시 지식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평준화의 틀이 깨어지고 성적 경쟁에 따라 학교의 등급이 정해지고 대학의 등급이 정해지고 좋은 학교 출신들이 좋은 직업을 갖고 좋은 경제적 지위를 누리는 시대로 가고 있다. 인간의 행복을 지식의 정도가 좌우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배우는 학생들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채찍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경쟁 체제 속에서 경쟁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같은 세대 같은 공간 속에서 공존하며 협력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치 자유와 평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살기 좋은 사회가 건설되듯 경쟁과 협력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끊임없이 부딪히는 가치 충돌의 모체이다. 그러니 지나치게 평등을 강조해서도 안 되며, 지나치게 자유를 강조해서도 최상의 행복을 추구할 수 없다. 
   학력 경쟁은 평준화의 틀 속에 갇힌 인재들의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겠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스트레스 받게 하고 행복을 깨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쟁의 구조 속에서 앞서 달려가는 사람은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급급하겠지만 뒤돌아 넘어져 상처나고 쩔뚝거리는 사람들의 아픔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진정한 학교교육은 인간교육이다.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고 서로 나누는 인간교육을 기본 모토[motto]로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지식 전달을 게을리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업성취도 결과를 전국적으로 공개하고 교육의 아주 일부분인 결과로 전부를 평가한 듯 학교와 교사 평가의 잣대로 삼으려는 우자(愚者)들의 행동을 경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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