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세상/◈글모음◈

아들 아이와 딸 아이

원 시 인 2010. 11. 22. 23:02

          아들 아이와 딸 아이

 

   아들은 중학교 1학년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선행 학습을 시키지 않았고 중학교에 들어와서도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와 간혹 사이버 가정학습을 이용해 스스로 공부하도록 유도했다. 그런데 1학기 기말고사에서 수학이 아주 안 좋은 점수를 받았다. 부부교사인 우리는 너무 놀라고 당황하여 자식 교육방법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래서 여기 저기 자문을 구하여 들은 바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명색이 공교육 교사로서 사교육에 의존한다는 것이 속상했다. 처음에는 아빠가 수학을 가르치기로 했다. 그런데 같이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따라가기 힘들어 숙제를 내주면 안 하고 놀기에 잔소리만 늘고 결국 대드는 아들을 몇 대 쥐어박고서는 한 과목에 수십만원하는 사교육비를 들여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동네 근처에 학원에서는 소수 정예로 같은 시간대에 2명을 놓고 개인지도를 해준다. 숙제를 많이 내주는데 하루에 100문제 가량 풀게 한다. 그래서 아들 녀석은 집에서도 수학 문제 풀기에 바쁘다. 아들에게 물으니 숙제를 안 해가면 이마에 꿀밤을 맞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엎드려놓고 때릴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덕에 가족끼리 어디를 가더라도 수학문제를 들고 간다. 그런 아들을 보면서 교사인 아빠도 못하는 공부를 잘 시켜주는 학원에 고마움을 느꼈다. 

   방학 때와 개학 후 2달을 공부하고 수학 성적이 90점을 훨씬 넘겼다. 그리고 자기도 어떻게 공부해야 성적을 올리는지 알았다며 스스로 학원 안다니고 공부해 본다는 것이다. 아들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학원을 조금 다니다 끊고 스스로 공부하여 성적을 상위권에 유지한다는 것이다. 과학원 원래 취미가 있고 잘하니 수학 학원을 끊고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스스로의 날개를 달 때까지 시켜볼 생각이다.

 

   반면 딸 아이는 초등 3년이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를 잘 안해간다. 숙제라야 일주일에 일기 세 편 쓰는 것에 간간이 조금씩 내주는 숙제를 뺀질거리며 안 한다. 그래서 '너 왜 그리 숙제를 안하냐'며 '선생님께 혼나지 않느냐'고 하니까 '우리 선생님은 혼내지 않아요. 요즘 선생님이 애들을 어떻게 때려요' 하며 반문한다. 

   경기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월 1일부터 교사의 체벌을 전면 금지시키면서 학교는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 이에 기고만장한 학생들은 교사들을 괴롭혔고 그런 아이 중에 우리 딸도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된다. 일기 검사로 인권 침해행위로 규정하여 학생들의 일기 검사도 안 하니 그나마 초등에서는 쓰든 안 쓰든 일기를 쓰라고 지도하지만 중학교는 일기지도를 거의 안 한다.

  지난 모 일간지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어휘력이 상당히 저하되었음을 분석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교육을 학교에 맡기려 하지 않고 '일기검사 하지마라', '이름표 달지 마라', '체벌하지 마라', '두발 단속하지 마라', 하니 학교에서는 어떻게 교육을 하라는 것인지 특별한 대책이 없이 교육에 중요한 부분에서 손을 떼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사교육은 소수의 아이들을 놓고 집중지도하면서 때려서라도 가르쳐 성적을 올려주니 고맙다. 공교육은 그 많은 아이들 때리지도 못하며 막나가는 몇몇 아이들 때문에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우니 학교에선 여러 문제만 자꾸 터진다. 그러니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아이들 지도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요즘 교육의 변화가 다양하고 심각하다. 학생 학부모가 교사를 엉터리로 평가하고, 교육과정의 변화로 학년당 11~12개 교과목에서 8개 교과로 줄이라는 정책으로 한문, 미술, 음악, 체육, 컴퓨터, 환경 등의 단위수 적은 교과는 학년 또는 학기로 몰아서 수업을 하게 된다. 국민 공통 정서를 함양하던 국어 교과서도 출판사별로 만드는 검정체제로 변환하면서 학교별 학생별 다양한 변화 속에 교육은 거대한 카오스로 변하고 있다.

   그런 교육 대변동의 쓰나미 속에 엄마 아빠는 부부교사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자녀들은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각각 적응하며 살고 있다. 교육을 보다 좋게 바꾸고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는 교육 정책론가들의 똑똑한 정책들 앞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에서 마음이 점점 무겁다. 우리나라 교육 잘 나가고 있는 것 맞는 것인지 두 아이들 바라보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