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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거꾸로 가는 창의 체험교육

원 시 인 2016. 1. 13. 11:53

[칼]

거꾸로 가는 창의 체험교육

 

   수년 전 중 3 담임하던 때였다. 예쁘고 활달했던 지희(가명)2학기 들어 예고에 가기로 결심하고부터는 달라졌다. 지방 소도시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어 제출하고는 병원 치료차 학교에 결석하겠으니 병결처리해 달라고 했다. 질병이 아닌 경우 사고결석은 입시 내신에 감점이 되기에 진단서를 통한 병결을 요구한 것이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니 몇 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이 심하다고 했다. '입원하는 것이냐.'고 물으니 입원은 안 하고 가끔 통원치료 한다고 했다. 그래서 '학교 다니면서 치료하면 되지 않느냐.'니깐 병결처리 해달라는 것이다.

   속내는 뻔하다. 예고 입시를 위해 실기가 부족하니 학교 대신 학원에 가서 남은 기간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는 교육청 지시도 있고 다른 학생들의 파행을 막기 위해 불가 판정을 내리고 등교할 것을 요구했고 등교하지 않으면 사고결석 처리하겠다고 했다. 지희의 부모는 '진단서를 냈는데 왜 병결이 안 되냐.'며 강력히 항의를 했고 학교에서는 3차 진료병원을 지정하여 진단서를 떼오라 했으나 3차 진료병원에서 진단 결과 진단서 발급을 거부했다. 결국 지희는 감기 몸살을 이유로 주당 며칠 씩 결석을 하고 실기에 열심히 했으나 예고 진학에 실패했다. 그리고는 학교와 담임을 원망했다.

   올해 또다시 3학년을 맡게 되었고 2학기가 되면 예고 입시를 앞두고 매년 겪는 진통이다. 작년에도 3학년 맡는 담임들이 학부모들과 씨름한 이야기는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의 이야기는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획일적인 학원식 입시교육에 창의성을 망치고 있다.’고 한다산업사회 일정한 목표에 맞추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던 시대에 어울리는 미대 입시교육방식이 아직도 학원에 의해 단기 집중지도로 행해지고 있다.

    미대입시는 다양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서울대 입시 실기는 기본 소묘력과 창의성을 중시하고, 홍대는 실기를 보지 않는다. 이외에 여러 미술대에서는 획일적 반복학습에 의한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지 않고 기초 실기와 창의성을 요구한다. 현장에서도 컴퓨터그래픽으로 모든 디자인을 하기에 학원에서 반복적인 훈련에 의한 실기력이 무의미하다.

    시대가 바뀌었고, 컴퓨터그래픽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이에 맞는 미술교육이 필요하다. 이제는 반복적인 테크닉 위주의 교육이 지양되고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능력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미술교육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현장 미술교사들은 주제를 주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게 해서 학생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발휘하게 하면 충분히 그 학생의 실력을 파악하여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예체능은 타고난 재능과 기본기가 중요하다. 재능이 없는 학생들을 암기식 집중 실기지도로 예고나 미대 입시가 가능한 것처럼 조장하는 사교육에 예고 입시가 끌려가서는 안 된다. 학생의 재능이 학원에서 다져진 것인지 천부적인 것인지 입시 전문가들은 한 눈에 파악될 수 있다. 우리나라 예술 교육은 천부성을 발견해서 그 학생의 창의적 재능을 북돋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양의 문화를 이끌어 온 것이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이었다면, 우리 동양은 개성보다는 획일적인 교육이 이끌어 왔다. 획일적인 입시교육에는 사교육이 일조했고 학원에서 반복적이고 테크닉 위주의 그림을 그리면서 입시를 위해 개성을 죽인 학생이 이름난 천재화가로 거듭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미래는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고 이에 맞춰 학교교육은 혁신학교다, 자유학기다 해서 창의 체험중심의 교육으로 많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신의 개성을 찾아 진로를 설계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그런데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국, , 수 중심의 학습에 뒤떨어지면 대학에 갈 수 없기에 수업에서 창의성 체험 교육은 뒷전으로 밀린다. 대학입시에 수능이 버티는 한, 예고 입시에서 석고상이 버티고 있는 한 창의 체험교육이든, 창의 예술교육이든 빛 좋은 개살구다. 그럴수록 학생들은 사교육 학원에 줄을 설 것이고, 예고 입시 중3 2학기는 미술 학원으로 달려갈 것이다. 비뚤어진 입시가 창의 예술교육을 거꾸로 가게 하기 때문이다(시인 신호현)

 

울산매일 : http://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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