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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당겨야 한다.

원 시 인 2010. 3. 28. 07:22

    따뜻한 봄기운이 돌고 봄을 재촉하는 비가 많이 내린다. 햇볕이 드는 양지에는 개나리가 몽우리지어 피다가 삼한사온(三寒四溫)으로 시들어 죽는 시절이다. 새벽은 춥지만 오후 햇빛은 쌓인 눈도 녹이는 시절이다. 그런 2월이 다 지나고 3월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것은 선생으로서 죄책감이 든다.
  2월 수업을 없앤다고 12월 중순이면 방학하던 것을 12월말까지 수업을 한다. 어느 학교는 차마 1월 초순에 방학을 하는 학교도 있다. 그러다보니 12월의 추위 속에서 수업을 해야 하고 난방시설이 제대로 안 된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가? 1년을 정리하며 평가하는 학생, 학부모 설문에 당연 난방시설 개선이 1위에 올랐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야 난방을 틀어 준다고 추운 교실에서 수업을 하던 시절이 먼 옛날이야기가 아님을 잘 알 것이다. 아이들은 교복을 입고 두터운 잠바를 입었으며, 교실에서는 담요를 두르고 있어서 선생님들께 얼마나 지적을 받았는가? 교실에서 고슴도치처럼 담요를 두르고 있어서 지적하면 안 보는 사이에 또다시 두르기를 반복하다가 담요를 빼앗으면 원수처럼 째려보는 아이들의 눈빛 때문에 매년 12월은 더욱 춥다.

  반대로 8월 중순은 어떤가.  아직 여름방학 기간인데 저녁에는 선선하고 새벽에는 으시시 춥다. 문을 열고 자면 감기 걸리기 쉽상이기에 추워서 문을 닫고 자야 한다. 요즘 비가 와서 그런지 날씨가 더욱 차갑다. 더워서 공부 못하는 여름방학이라서 '학업을 놓고 있다'는 방학(放學)이란 말이 무색하다. 지금은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어도 충분히 교실 공부가 가능하다. 
  그런 여름 방학을 앞두고 방학을 앞두고 7월 중순에는 또 얼마나 더웠는가 생각해 보자. 선풍기는 있어도 그만 에어컨 없이는 더워서 허덕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생각해 보자. 다행히 우리 학교는 종로구청의 지원을 받아 작년에 에어컨을 설치하여 그래도 시원했지만 에어컨 없는 학교에서 수업하는 학생이나 선생님들은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요즘 교육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개혁이란 잘못된 것을 과감히 뜯어 고쳐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 개혁 하면 학생들에게 민감한 대학입시에만 변화를 가져오려 하지 말고 방학을 당기거나 늦추는 일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기상청에서 몇 년간의 월평균 기온을 조사해보면 금방 이해될 것이다. 
  요즘 고유가로 나라 경제가 어렵다. 유류세를 인하하고, 공공기관 자가용 2부제를 실시할 만큼 에너지 위기는 절실하다. 그런데 방학을 적절히 앞당기는 일만 가지고도 전국적으로 수십억 내지 수백억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여름에 에어컨을 안 켜도 되고 겨울에 난방시설을 조금만 돌려도 학교가 유지된다면 이 얼마나 획기적인 정책이 아니겠는가. 

  방학의 적당한 시기를 조정해 보자면 겨울방학은 12월 10일 전후에 시작하고 1월말에 졸업식을 하고 2월 1일에 일제히 개학을 실시한다. 그러면 현재 시스템 속에서 10일 정도 남으면 여름방학으로 보낸다. 여름 방학은 7월 5일 사이에 시작하고 8월 15일까지 실시하고 8월 16일은 일제히 2학기로 들어간다.
 
  이렇게 계산하면 1학기가 조금 더 길어질 것이기에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5~8일까지 가정방학을 넣고 가을에는 추석전후로 재량휴업일을 넣으면 2월 한 달 길어진 수업에 대한 심리적 보상은 맞아 떨어진다. 6월 말에 1학기 기말고사를, 11월 말에 2학기 기말고사를 치루면 깔끔하다. 어차피 현재 수업일수 220일을 맞추어 방학의 시기를 조정하는 것일 뿐 수업을 덜하자는 아이디어는 아니다. 

  12월 10일에 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남은 20일 동안 1년을 정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카드나 편지를 쓸 시간도 있다. 예전에는 12월 14일에서 16일 사이에 방학을 해서 더러 1년을 마무리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 12월 말까지 출근을 하고 생활기록부를 정리하다 보면 각자의 1년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새해를 맞이하며 방학을 시작한다. 
  또한 여름방학이 길어야 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지고 여름이 더욱 뜨거워진 이유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겨울보다는 여름방학 때 외국여행이나 체험활동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여름방학 한 달은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기엔 부족하다. 새 해가 시작하면서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1월, 2월을 집에서 계획없이 뒹구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더 나아가서는 아예 학기를 9월 학기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문제다. 요즘 세계화, 국제화 속에서 많은 학생들이 외국으로 공부하러 나가고 공부하다가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월 학기로 외국과 맞지 않아서 6개월을 쉬는 학생들이 많다. 학기를 외국과 맞추는 것도 학생들이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고 교육이 곧장 이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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