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경쟁 정책으로 가는 학교를 보며
그동안 고수해오던 교육 평준화의 틀을 깨고 교육 경쟁력을 키워 실력있는 교육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정책으로 교육 현장은 더욱 부산하다. 10월에 중순에 있을 학력평가에 대비하여 학교에서는 벌써 학력신장을 위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교과학습 부진학생을 위한 종합반을 운영하여 성적 향상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어느 시범학교에서는 중학생을 밤 9~10시까지 특별 보충을 실시한다. 국,영,수,사,과를 중심으로 방과후에 2시간씩 공부를 하고 저녁을 먹인 다음 두 시간을 국, 영, 수만 더 보충을 한다고 한다. 물론 지원자를 받아 실시하지만 학생들은 무료로 저녁을 먹고 야간 강의까지 받으니 돈을 들여 학원을 가는 것보다 좋으니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선호해서 지원자가 많다. 더구나 학교에 있으면 학원다니는 것보다 아이들이 안전하여 마음이 놓인다.
교실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우선 평준화 정책으로 성적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더니, 이제는 수준별 우열반이 편성되고 문제 풀이식 보충수업이 생겨나고 학교시설을 활용하여 공부를 하는 공부방도 생겼다. 학생들은 특기 계발보다는 성적 향상에 관심이 많다. 고등학교에서는 벌써부터 0교시를 실시하고 보충수업을 실시했다. 방학중 보충수업은 당연하다.
늘 새롭게 시도하고 달려가는 것이 정책이라지만 마치 2~30년 전 중고등학교로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성적으로 학생들을 다그칠 것이고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다. 자신이 추구해야 할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탐구할 시간 없이 국,영,수,사,과 중심의 학력 경쟁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고교 선택제가 실시되면 선택을 많이 받는 학교에서는 추첨을 통해 뽑는다지만 그 기준을 성적으로 바꿀 것이다. 지금도 평준화를 실시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중학교 내신 성적으로 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중학교도 입시 경쟁으로 몰리게 된다. 지금 국제중학교가 설립되자 초등학교 학부모도 자녀를 국제중학교에 들여보내기 위해 발바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교육의 흐름에 역류하는 학생들이 생겨날 것이다. 학교 수업에 일탈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고 가출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는 성적표에 석차도 기재 안하고 나눠주었는데 또다시 석차를 기재할 것이고 학생들은 성적표를 받고 실망할 것이다. 자신은 최선으로 노력했는데 성적은 변함이 없거나 떨어졌을 때 좌절할 것이다. 그 이후에 행동은 예측을 못하겠지만 또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도 있다.
사회든 교육이든 단체든 언제나 중요한 것은 조화이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못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자들만 배려해서도 안 되고 사회복지를 생각해서 가난한 자들만 생각해서도 안 된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만 배려해서도 안되고 공부를 못하는 사람만 배려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경제든 교육이든 한 번 흐름의 물살에 빠져들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소용돌이 속으로 치달리게 된다.
정책이란, 때로 앞서가기도 해야겠지만 때로 뒤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정책론자들에게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대중이 뒤쳐져 방향을 잃고 있을 때는 앞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이끌지만 이끄는 힘보다 앞서 대중이 몰려갈 때는 다시 반대로 늦추는 힘이 필요하다. 몰려들 때는 분명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정책론자들의 머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하고 가슴은 사랑과 조화로 꽉 채여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http://forum.chosun.com/bbs.message.view.screen?bbs_id=1601&message_id=397531¤t_sequence=z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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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http://dokja.hankooki.com/wwwboardview.php?&tablename=clubboard&exe=modify&mode=&indexid=
77890&page=0&no=&cat=20&menu=&query=&ms=&re=&idx=77890
sonia [2008-09-24]
'고교선택제' 그 취지야 어떻든 부작용이 많을 거 같네요. 중고등학교도 하나의 사회로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고,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데, 점점 더 성적위주로 가는 것이 안타깝네요. 저도 요즘 우리 애를 성적과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로 판단하기에 다른 잠재력은 잘 보이지가 않네요.
원시인 [2008-09-25]
하나의 흐름이 형성되면 거슬리기 힘들어요. 위정자들이 그 흐름을 만들어 가죠. 이 흐름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요. 미국 일본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가 좀더 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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